CAFE

[詩와 음악] 서녘으로_ 김광규

작성자루히嵝怬|작성시간26.06.20|조회수16 목록 댓글 0

     서녘으로_ 김광규(1941 ~ )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듯

하루는 나날이 그렇게 시작된다

눈부신 태양 떠오르지 않아도

이마는 맑게 빛나고

힘찬 일손은 오전을 짧게 한다

한낮의 보석은 눈이 부셔서 보이지 않고

천천히 차를 마실 시간은

중년이 지나서 온다

숨막히게 쫓기고 뛰면서

기름 묻은 손으로

은행 마감 시간을 넘기면

플라타너스 그림자 주유소 앞을 가린다

또다시 하루 일 끝낸 뒤

한잔 술을 나누거나

혼자서 신문을 들여다보며

오늘도 어제처럼 살았음을

부끄러워할 때도 많다

하지만 저녁이 없다면 어떻게 살리

하루가 저물어 고단한 몸

깊은 잠에 빠지는

밤이 없으면 어떻게 살리

어둠의 끝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살리

 

[1994년 발표 시집 「물길」에 수록]

 

 

 

F. 슈베르트(1797-1828) 가곡 Nacht und Träume, 밤과 꿈 D.827》이며,
 
바리톤 사무엘 하셀호른(1990 ~ ) 노래, 조셉 미들턴(1981 ~ ) 피아노 반주입니다.
https://youtu.be/0y2oXWoz4IQ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