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오비두스의
하얀 담장 사이를 걷는다
오비두스는 작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생의 축소판이 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언제나 바람이 분다.
젊을 땐 그 바람이 스치듯 지나가더니,
이젠 그 바람에 멈춰서서 한참을 서 있게 된다.
나이들수록 여행의 목적이 달라진다.
이젠 ‘어디를 가야 할까’보다
‘어디에 머물면 좋을까’를 먼저 떠올린다.
오비두스의 골목은 그 대답 같은 곳이다.
흰 담장 사이로 핀 보라빛 부겐빌레아가
마치 나이 들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처럼
햇살 아래 반짝인다.
젊은 날에는 성문을 통과하며 들뜨던 마음이
이제는 조용한 돌길의 울림으로 남는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과 햇빛과 그림자가
모두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시간의 향기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내려놓는다.
오비두스의 오후는 길다.
성벽 위로 걸어가는 발소리,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파두의 선율,
그리고 창가의 노부부가 마시는
달콤한 진징야 술 한 잔.
그 모든 것이 느리지만 완전하다.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배운다.
나이들수록 여행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깊이 머무는 일이라는 것을.
저녁이면 햇살이 담장 위로 물들고
하얀 벽이 금빛으로 바뀐다.
그 순간 오비두스는 살아 있는 그림이 된다.
나는 그 안의 한 점으로 서 있다.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히지 않아도 좋다.
그저 이 빛 속에, 이 고요 속에,
내 나이의 무게가 스며드는 게 좋다.
나이든다는 건,
세상의 화려함을 좇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오비두스는 그걸 가르쳐준다.
작은 골목에서도 인생의 모든 계절이 지나가고,
짧은 오후 속에서도 영원이 머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
흰 담장 사이, 부겐빌레아 꽃잎 사이를.
그 길 끝에서 나는 안다.
여행은 세상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결국 나를 다시 만나러 가는 길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