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에스프레소 의미

여행이 세상보는 눈이 열고...

작성자카페 지기|작성시간26.06.07|조회수28 목록 댓글 1

젊은 시절에는 여행이 세상을 보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유명한 곳을 찾아가고.
남들이 찍은 사진 속 풍경을 직접 확인하고. 조금 더 멀리 가는 것이 좋은 여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여행은 세상을 보는 일이 아니라 결국 나를 만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머나먼 이국의 광장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노신사의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무엇이 저분을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얼마나 많은 계절을 지나왔을까.
얼마나 많은 이별과 만남을 품고 살아왔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시간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사진 속 낡은 해바라리 그림도 그랬습니다.
화려한 색은 이미 바래고 선명함도 사라졌는데 이상하게 더 따뜻했습니다.

새것은 눈길을 끌지만 오래된 것은 마음을 끕니다.
오래된 것은 시간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젊은 날의 아름다움보다 세월을 견뎌낸 얼굴이 더 깊어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원래 빈티지한 물건을 좋아합니다.

새 가구보다 오래된 나무가 좋고.
반짝이는 장식보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물건이 좋습니다.
아마도 그것들이 제 모습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중년 신사가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자유롭고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그 여유 뒤에 있는 긴 세월이 보이고.
그 침묵 뒤에 있는 이야기들이 보입니다.
그래서 더 존경스럽습니다.
혼자 있다는 것과 외롭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광장은 한가롭습니다.
사람들은 천천히 걷고.
햇살은 오래된 돌바닥 위에 내려앉아 있습니다.
700년을 버텨온 돌다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많이 말하는 사람보다 오래 버틴 사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아흔이 넘어서도 여행을 계속하는 신사.
700년 동안 강을 건너게 해준 돌다리.
빛바랜 해바라기 그림.

그 모든 것들이 오늘 저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생은 오래 버티는 사람의 것이라고.
화려하게 피는 것보다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덜 서두르기로 했습니다.
조금 느리게 걸어도 괜찮다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행은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카페 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7
    내가 웃어야 내 행운도 미소짓고,
    나의 표정이 곧 행운의 얼굴이다.
    여유를 찾는 행복한 시간 만드시길 바랍니다.
    당신에게 오늘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