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알려준 친구 사이의 거리
오랜 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만나지 않게 되었다.
떠나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서로의 지난날을 알고, 만나면 반갑고, 이야기할 것도 많았다. 함께 떠나면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생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끔 만나 밥을 먹는 것과 며칠 동안 하루를 함께 사는 것은 달랐다.
한 사람은 아침부터 움직이고 싶었고, 다른 사람은 조금 더 쉬고 싶었다. 식사를 고르는 일, 돈을 쓰는 기준, 피곤할 때 나오는 말투까지. 평소에는 웃으며 넘겼던 차이가 여행에서는 자꾸 마음에 걸렸다.
처음에는 서로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양보가 거듭될수록 마음속에는 작은 서운함이 쌓였다. 같은 풍경 앞에 서 있으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돌아온 뒤에는 연락이 뜸해졌다. 다시 만나자는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오래 알고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함께한 세월이 길어도 편안한 거리는 다를 수 있다. 가끔 만나면 반가운 친구가 있고, 긴 여행을 함께해도 편한 친구가 있다. 모든 친구와 같은 깊이로 가까워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지금도 그 친구와 웃었던 날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만 예전처럼 가까이 지내려 애쓰지는 않는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가 서로를 덜 서운하게 한다.
여행에서 돌아와 정리한 것은 짐만이 아니었다. 사람마다 내어줄 수 있는 자리와, 내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거리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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