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여행 날짜 하나를 적었을 뿐인데
아직 비행기를 타지도 않았습니다.
캐리어는 장롱 위에 그대로 있고,
출발하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여행 날짜를 달력에 적고 나니
하루에 작은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산책을 나가면서 조금 더 걸어봅니다.
여행 가서 예쁜 골목을 오래 걷고 싶어서요.
신발장에 있던 운동화를 꺼내 신어보고,
옷을 고르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 옷은 그곳에서 입으면 좋겠네.
함께 떠날 사람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냅니다.
우리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실까.
짧은 대화인데도 벌써 그곳에 앉아 있는 기분입니다.
저녁에는 여행지 사진을 몇 장 찾아봅니다.
호숫가의 작은 벤치,
창가에 꽃을 놓아둔 집,
빵 냄새가 날 것 같은 골목.
사진 속 풍경에 내 하루를 슬쩍 넣어봅니다.
아침에는 저 길을 걷고,
오후에는 저 창가에 앉아 쉬면 좋겠다고.
늘 처리해야 할 일로 채워지던 달력에
이번에는 내가 기다리는 날짜가 생겼습니다.
그 날짜를 바라보며
오늘은 조금 더 걷고,
내일은 함께 갈 사람과 안부를 나눕니다.
여행 날짜 하나가
출발 전의 여러 날까지 즐
겁게 만들어줍니다.
여러분의 달력에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날짜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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