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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콜럼비아 크레스트의 새 블렌딩, 그랜드 에스테이트 `아미티지`

작성자카페여행|작성시간18.04.25|조회수66 목록 댓글 0

 

 

때때로 우편물로 배달해야 하는 광고지를 우연찮게 들여다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 펼쳐 보게 되는 이 전단지를 통해 지금 시애틀의 경제상황은 물론, 이 주 전반의 경제상황이나 미국이 돌아가는 상황도 대략 짐작이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수퍼마켓 광고를 보면 어떤 상품이 그래도 꾸준히 나가는지, 이게 가격이 어느정도 변동이 됐는지 등을 통해 대략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겠지요.

 

 

그런데 느닷없이 이런 걸 펼쳐봤다가 "심봤다!"를 외칠 때가 있습니다. 약국 광고들을 들여다보다가 정말 뜻밖의 와인 세일 광고를 접할때입니다. 미국에서, 특히 약국 체인들의 와인 세일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원가에 몇센트 더 붙여 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미국 약국들은 일상용품들을 다 팝니다. 수퍼마켓과 별 다를 게 없죠. 한가지 다른 것은 냉동음식류, 신선한 야채류, 고기류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화장품류 같은 일상용품의 섹션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 다르죠. 대형 수퍼마켓들도 약국이 딸려있기 때문에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그래도 약국 체인들은 이른바 '제네릭'이라고 불리우는 저렴한 약들을 더 많이 다루기 때문에 약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전문 약국 체인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코스트코 같은 초대형 마켓에도 약국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약국 체인들은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중 한 방법이 이런 와인 세일 같은 것입니다. 마침 8월은 워싱턴 주 전체가 '워싱턴 와인의 달'로서 기념하고 각종 행사를 갖습니다. 때문에 연중 워싱턴주 와인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여름엔 날이 덥다보니 아무래도 와인을 찾는 사람보다는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만.

 

 

어쨌든, 광고 전단에 실린 워싱턴주 자생 체인인 '바텔 드럭'에서 세일을 하는데, 4병 이상을 사면 와인을 담는 4병들이 캐리어 백을 공짜로 준다는 것도 그렇고, 또 가격도 좋아서 집에 가는 길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한가지 단점은 이런 약국에서는 큰 수퍼마켓들처럼 다양한 와인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많이 팔리는 품목'으로만 딱 진열을 해 놓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적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데일리 와인 중 하나인 콜럼비아 크레스트 그랜드 에스테이트 급 와인들의 가격이 무척 좋았고, 샤토 생 미셸도 '라이트 에이드'와 같은 가격인 병당 $11.99에 세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이날 제일 궁금했던 와인은 콜럼비아 크레스트 그랜드 에스테이트에서 새로 발매한 '아미티지'였습니다. 아마 에르미타쥬를 흉내내어 만들었을 거라는 사실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었고, 역시 시라 블렌딩의 와인이었습니다. 올해 새로 출시되어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세일가격은 병당 $8.99. 팩트 시트를 보니 '사랑'을 뜻하는 불어 'Ami'에 영어단어 '헤리티지'를 섞어 작명하신 이름이라는군요. 얼핏 레이블을 봤을 때는 이게 콜럼비아 크레스트에서 나온 건가 싶을 정도로 레이블을 만들어 놓으셨네요.

 

 

멀로 64%, 시라 19%, 카버네 프랑 7%, 카버네 소비뇽 5.5%, 말벡 4.5%라는 재미있는 배합입니다. 미국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위생기준과 지역구분 기준 말고는 별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런 '장난'내지는 '실험'이 가능하다는 건데, 모르긴 해도 이들은 2008년에 꽤 많은 글럿, 즉 '여분의 주스'들이 남았을 것이고, 아마 이것을 처리하기 곤란하게 되자 이런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이미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에 시라를 섞어 버리는 이른바 '왈라왈라 블렌딩'은 워싱턴주에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고. 즉, 이런 맛을 찾는 사람들도 이젠 적지 않다는 것이죠.

 

 

샤토 생 미셸의 카버네와 멀로, 그리고 이 아미티지 두 병, 여기에 역시 콜럼비아 크레스트에서 이번에 새로 출시한 그랜드 에스테이트 모스카토 등을 사들고 나왔습니다. 과거에 콜럼비아 밸리 지역에서 무스캇을 꽤 출시했지만, 그런 포도들 뽑아버리고 시라로 말 갈아탄지 오래인데, 이제 조금씩 워싱턴주에서 과거에 꽤 출시했던 품종들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의 와인 소비성향에도 어떤 복고풍이 있는 모양입니다. 요즘은 셰닌 블랑과 무스캇 좋은 것 찾아 마시는 것이 참 즐거운 때죠. 게다가 이제 워싱턴주는 꽤 괜찮은 로제들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 애호가로서는 즐겁죠.

 

 

사실 이렇게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와인 산업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다행한 것은 와인의 소비량 자체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와인에 소비된 돈은 무척 줄었습니다. 즉, 사람들이 저렴하면서 괜찮은 와인들을 찾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기엔, 요즘은 와인이 '상품'으로 거래된 이래 가장 좋은 때일 것입니다. 와인 다섯 병 사고 세금까지 해서 54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가게를 나서는 발걸음이 뿌듯합니다.

 

 

집에 와선 아이들을 위해 해물 스파게티를 만들어선 이걸 놓고 궁금했던 아미티지를 땄습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강한 베리류 과일 내음. 블랙베리, 자두 맛이 느껴지는 와인입니다. 콜럼비아 크레스트 그랜드 에스테이트 급 레드와인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실키함. 이런 것들이 부드러운 과일향으로 마무리되면서 기분좋은 피니시가 은은합니다. 편안한 가격에 편안하면서도 뭔가 기품까지 느껴지는 와인입니다. WS에서 89점 매겼더군요. 스마트 바이라고 하면서. 물론 광고장난도 없잖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와인'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기분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안정되어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와인. 모스카토는 나중에 따 보고 나서 시음기 적어보지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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