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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식문화 기행<1>

작성자fineclub|작성시간19.01.04|조회수50 목록 댓글 0



★배낭 길잡이★ 유럽 배낭여행(http://cafe.daum.net/bpguide)

유럽! 가슴 설레는 곳으로 함께 떠나보아요~^^



세계 음식문화 기행

여행지에서 맛보는 음식은 문화를 읽는 거울이 된다. 음식은 보수성이 강해 좀체 제 땅을 못 떠나지만, 이방인에게도 얼마든지 제 맛을 보여줄 만큼 개방적이다. "쿠브즈"에서 양고기, 샐러드까지…. 침 넘어가는 음식문명 탐험.
권삼윤/문화비평가

라마단, 해지기 전에는 먹지 않는다

인간의 물질적 삶은 흔히 "의식주"라는 한 마디로 표현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국경을 넘다 보면 그 의식주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나는 이런 변화를 눈여겨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묘미의 하나라 여겨 이를 만끽하곤 한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여행자는 그곳의 옷과 집은 구경할 수 있으나 직접 입어보거나 들어가 살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먹는 것만은 그 땅의 것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음식은 보수성이 강해 의와 주에 비해 원래의 땅을 쉬 떠나지 못하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줄만큼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요르단의 암만을 찾았을 때 일이다. 마침 무슬림(이슬람 교도)들이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피우지도 못하는 "라마단" 기간이라 여행객인 나도 덩달아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낮에는 식당이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은 외국인 여행객들을 위해 문을 열었으나 값이 무척 비쌌다). 그러다가 해가 떨어지면 모두들 집으로, 또는 식당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일몰 후의 첫 식사인 "이프타르"를 먹기 위해서였다. 고급 호텔에선 이프타르를 위한 특별 뷔페식을 무슨 세일처럼 마련하고는 손님을 맞아들였다.
산해진미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풍성하고 화려한 식탁이 제공되는 호텔의 특별 뷔페식은 값이 비싼데도 빈 좌석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낮에 굶은 것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러면 그렇지" 하다가도, 한 달 동안 먹는 것, 마시는 것을 참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를 생각하자 무슬림들은 그들이 태어난 메마른 사막으로 언제든지 돌아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런 각오로 그들은 라마단에 임하는 것 같았다.
매주 금요일 일몰로부터 24시간 동안 지속되는 안식일이면 모든 일(빵 굽는 일까지 포함해서)을 쉬고 기도와 명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유태인들 못지 않게 자신들의 전통을 오래도록 지켜온 무슬림들을 보면 "삶의 질"이니 ‘시장경제’니 하는 서구적 가치들이 공허한 듯 느껴졌다. 그래서 그들을 서구적 가치로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결코 쉬울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시리아에서 요르단으로 다시 입국할 때였는데, 국경 검문소에서 이프타르를 만났다. 그러자 모든 차들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운전기사는 물론 승객들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출입국관리소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차안에 남은 사람은 외국인인 나뿐이었다. 나는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로 되돌아올 때까지 1시간 동안 우두커니 차를 지켜야 했다.
라마단 기간에도 오후 3시가 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빵 가게 앞에 줄을 섰다. 방금 구워낸 빈대떡만한 빵 ‘쿠브즈’를 사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프타르에 대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쿠브즈를 사들고 돌아가는 꼬마들의 표정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그들은 밀가루 반죽에 효모를 넣어 구운 아랍식 식빵인 쿠브즈를 손으로 적당히 잘라서 양고기를 싸거나 야채와 함께 먹는다. 더러는 "홈무스"라 부르는 아랍 특유의 걸쭉한 흰색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여행하면서 날마다 보고 먹어야 했던 것이 바로 이 쿠브즈였다. 소금밖에 들어간 것이 없어 별다른 맛은 없었으나 그래서 오히려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쿠브즈는 "타노우르"라는 흙 화덕에서 굽는다. 센 불로 달군 화덕 안쪽 벽에 밀가루 반죽을 바르면 곧 노릇노릇한 색깔로 변하면서 먹음직스러운 쿠브즈가 되는데,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쿠브즈를 구워내는 "공장"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타노우르가 없기 때문에 공장에서 굽고 사람들은 빵 가게에서 사먹는 것이다. 그래서 빵에선 상업주의 냄새가 난다. 그렇긴 해도 요르단 시리아 이란 이집트 등지에선 다른 것은 몰라도 쿠브즈 값만큼은 정부가 책임지고 안정시켜 주는 덕분에 가난한 서민들도 쿠브즈에 대해서만은 걱정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빵이 문명을 잉태케 하고

쿠브즈를 주식으로 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는 세계의 식(食) 지도에서 흔히 "난(nahn)지대"로 표기된다. 난은 이란식 쿠브즈를 말하는데, 이것이 널리 퍼져 지금의 쿠브즈가 됐기 때문이다. 둥글넓적한 난은 터키를 건너 유럽의 그리스 땅으로 들어가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빵"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선 홈무스 대신 꿀을 발라먹었다. 유럽으로 들어가자 잼이나 버터가 사용됐다. 빵으로 다른 음식을 싸는 것이 아니라 빵 자체를 "장식"해 먹는 것이었다. 그만큼 빵은 쿠브즈에 비해 세련된 모양을 보였다.
그러다가 예술의 도시 파리에 이르자 버터를 듬뿍 넣어 만든 크로아상과 길쭉한 바게트 등 색다른 형태의 빵을 만날 수 있었다. 17세기 말 오스만 투르크군의 봉쇄에 시달리던 빈 시민들이 그 원한을 삭이기 위해 매일 먹는 빵을 오스만 제국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어 씹고 또 씹었던 것이 크로아상이었으니 빵은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쿠브즈가 주식인 중동과 북아프리카 땅은 인류 최고(最古)의 문명 발상지이기도 하다. 문명은 먹는 문제를 인간의 지혜로 해결한 "농업혁명"의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특이한 것은 문명을 잉태케 한 큰 강 유역은 하나같이 밀 경작지였다는 점이다. 그곳은 연간 강수량이 500mm 정도인 건조·반건조 지대로, 무논(水田)을 필요로 하는 벼농사에는 적합지 않으나 밀 경작에는 적지였다. 이와 같은 풍토는 목축에도 안성맞춤이라 밀농사는 목축과 손잡고 문명의 여명기에서부터 인류의 먹는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래서일까. 피라미드가 처음 태어났다는 카이로 남쪽의 사카라 고분에서 밀을 재배하는 광경과 그 열매를 맷돌로 갈고 있는 광경을 그린 벽화를 볼 수 있었다.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는 이런 벽화를 근거로, 93년 이집트 현지에서 고대 이집트 시대에 빵을 굽던 방식을 재현한 바 있다.
당시 행사 진행자인 효모전문가 에드워드 우드 박사는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 반죽을 밑이 뾰족한 토기 오븐에 넣어 사각형 화덕 위에 올려놓고 노랗게 잘 익은 빵을 구워냈다. 그는 “고대 이집트인들은 한꺼번에 많은 빵을 구울 수 있는 경제적인 제빵 기술을 알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 기사를 보면서 거대한 피라미드는 그러한 제빵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다음호에 계속>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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