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추운날 생각나는 유럽음식 Best

작성자fineclub|작성시간19.01.10|조회수310 목록 댓글 1



★배낭 길잡이★ 유럽 배낭여행(http://cafe.daum.net/bpguide)

유럽! 가슴 설레는 곳으로 함께 떠나보아요~^^


추운날 생각나는 유럽음식 Best

정숙영씨

공식

2016.01.20.26,658 읽음

한주동안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아마도 잘 못지내셨을 거 같다. 춥다. 춥단 말이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란 아마 설렁탕집이나 해장국집 사장님 정도 뿐이지 않을까. 그나마 그런 사장님들도 '허허 날이 추우니 사람들이 국물을 먹는구나'하고 흐뭇해 하면서도 손발은 아달달 떨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춥다. 욕나오게 춥단 말이다. 이게 한국이냐 씨베리아냐. 올겨울 엘니뇨 때문에 안춥다더니 엘니뇨 성냥 팔다 얼어 죽었냐.  


이번주에 준비한 리스트는 추운날 생각나는 유럽 음식이다. 사실은 달달한 디저트 류를 소개해 볼까 했는데, 리스트 짜보니 아이스크림이 절반이더라. 영하 1도만 되도 내가 했다. 하지만 영하 15도에 아이스크림 얘기하는 것은 넌씨눈을 넘어 싸이코패스짓인거 같다. 그래서 급선회했다. 여행 중 만났던 추운날을 녹여주던 유럽의 음식들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추운 계절에 유럽 여행할 때 마다 느끼는 건데, 유럽 추위는 우리나라 추위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 추위가 살을 에인다면 유럽의 추위에는 내장이 얼고 뼈가 삭는다. 스코틀랜드나 북유럽 아닌 다음에는 기온이 썩 낮지는 않은데 그렇게 으슬으슬 살속을 파고 든다. 그런것에 비해 음식들은 대부분 좀 메마른 느낌이다. 입안에서는 따뜻해도 뱃속까지 녹여주는 건 잘 없다. 유럽에서 추위에 보디 블로우를 맞을 때 마다 그렇게 탕이며 국이며 찌개며 흥건한 찜이나 볶음, 뭐 이런 우리 식문화의 풍부한 내장 난방 시스템이 그리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예 없지는 않다. 거기도 사람사는 데라 그런지 찾아보니 있기는 있더라. 마음까지 얼 것 처럼 속속들이 춥던 어느날 적재적소에 내 앞에 찾아와 몸도 마음도 따땃하게 녹여주던 유럽의 음식들을 몇개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아 진짜 추워서 자꾸 욕나오려고 한다.


1. 핫 와인

요즘은 홍대 앞에서도 파는 아이템이다. 유럽에서는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온 관광지와 먹자 골목, 시장통 등등 오만데서 핫 와인을 판다. 남쪽나라보다는 날씨 추운 북쪽이며 동쪽 나라, 대도시보다는 옛날 느낌 나는 도시에서 좀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나라 어느 동네가 원조인 지는 모르겠다. 그냥 다 있다. 프랑스에서는 벵 쇼 Vin Chaud, 독일에서는 글뤼바인 Glühwein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빈 브룰레 Vin brule' 라고 하는데, 불어로 '태운 와인'이라는 뜻이다. 왜 이탈리아에서 불어 표현을 그것도 하필 태웠다는 의미로 쓰는건지는 나한테 물어보지 말길 바란다. 영어로는 핫 와인 보다는 멀드 와인 mulled wine이 적확하다.

나라나 문화권 마다 제조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고는 하는데 대충 맥락은 같다. 와인에 레몬이나 오렌지 등의 과일이랑 계피 등등의 향신료, 그리고 설탕을 때려넣고 살살 끓이는 거다. 과일과 향신료의 향이 와인에 전체적으로 배어들어가고 온도가 어느정도 오르면 완성이다. 한 모금 머금으면 와인과 향신료의 향, 설탕과 과일의 상큼한 단맛, 그리고 채 날아가지 못하고 남은 미미한 알콜 기운이 입안에서 어우러져 겨울 따위는  다 이겨버릴 거 같은 호랑이 기운이 솟곤 하지만 이런 미친 영하 14도에서는 소용없을거 같기도 하다.

추운 계절에 유럽 여행할 때는 핫 와인이 보일 때 마다 사먹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프라하에서 마셨던 한 잔이 참 여운 길게 남아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던 어느날. 날씨가 위의 사진처럼 몹시도지저분하게 흐렸던 날, 나는 프라하 성을 돌아보고 시내를 향해 뒤쪽 언덕길로 천천히 걸어내려오던 중이었다. 기온은 낮았지만 옷은 좀 얇았다. 추위가 소맷부리와 목덜미로 마구 파고들어와 감히 핏줄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때 핫 와인을 파는 포장마차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어떤 맛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핫 와인이었던 거 같다. 똑똑히 기억나는 건 그 온기다. 목으로 넘어가면서 손끝까지 쫘악 퍼지던 그 따뜻함. 와인과 핫팩을 섞은 링거를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차갑던 볼에 핏기가 돌고, 덜덜 떨리던 손발이 어느새 차분해졌다. 빠른 속도로 식어가는 컵의 마지막 온기를 아쉽게 붙들고 나는 언덕 저 멀리 프라하 시내를 바라보았다. 엷은 알콜기를 머금고 바라보는 시내의 풍경은 여전히 흐렸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아름다웠던 거 같다. 기분 탓이었겠지만 말이다.


2. 구야시 Gulyás

그렇다. 굴라쉬다. 우리가 굴라쉬라고 알고 있는 그 음식이다.  원조는 헝가리지만 이제는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발칸반도 등등 유럽 동쪽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굴라쉬 말이다. 채소와 고기를 육수에 뭉근히 끓이고 파프리카로 얼큰함을 더한 그 굴라쉬 말이다. 소제목 혹시 오타냐고? 아니다. 전 세계가 굴라쉬라고 부르고 있지만 정작 본토인 헝가리에서는 구야시라고 한다. 이름이 '김선영'이라 남들은 다 '서녕아 서녕아'라고 발음하는데 본인은 정작 '김슨녕이'라고 발음하는, 그런 이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헝가리의 구야시는 발음 이상으로 '굴라쉬'랑 확연한 차이가 있다. 바로 점도다. 독일이나 체코 등지의 굴라쉬는 걸쭉하다. 덮밥 소스나 짜장, 카레의 느낌이다. 그러나 본토의 구야시는 묽다. 점도가 약하거나, 없다. 시뻘건 고기 국물에 고깃덩어리와 채소 건더기가 가라앉아 있다.  우리 식생활에 깊게 자리하고 있는 국물요리, 그러니까 국 탕 찌개와 같은 맥락의 국물요리다. 구야시를 먹고 있다보면 내가 왜 이걸 밥이 아닌 빵이랑 먹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특히 추운 날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육개장과 비슷한 정도의 열기를 준다. 온통 메마른 음식 천지인 유럽 땅에서 구야시는 한국인의 내장에 소중한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몇 안되는 촉촉한 힐링 푸드다.


3. 크로아티아식 내장탕

크로아티아 중부의 휴양도시 스플리트 Split에는 <피페 Fife>라는 식당이 있다. 해외 여행포럼부터 국내 여행 블로그, 현지인들까지 모두 스플리트의 대표 저렴 맛집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치는 곳이다. 원래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던 소박한 동네 식당이었는데,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을 폭넓게 취급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여행자들에게 까지 유명해진 것이라고 한다.

나는 민박 호객하던 현지인 할머니한테 추천받았다. '다른데는 몰라도 피페는 꼭 가보라'는 말을 듣고는 이곳을 찾아갔고, 깜딱 놀랐다. 외국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긴 많은 모양인지 각국 언어로 된 메뉴판을 따로 만들어 놓았는데, 신기하게도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 거였다. 번역기로 막 돌린 게 아닌 듯 제법 문법에도 맞는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그리고 한국어 메뉴를 살펴보다 나는 또 한번 놀랐다. ‘크로아티아 식 내장탕’이라는 메뉴가 있는 거였다.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시키지는 않았다. 그냥  무난하게 생선구이랑 튀김, 리조토 등을 주문했고, 만족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이 식당을 두번째로 찾게 되었다. 이탈리아 안코나로 넘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두브로브니크에 있다가 스플리트로 넘어간 날이었다. 11월 초순이었지만 크로아티아는 계속 반팔을 입을 정도로 따셨는데, 그날은 유난히 추웠다. 과연 배가 뜰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계절이 겨울로 넘어가는 철에 바닷가에 바람이 불면, 진짜, 개 춥다. 설상가상으로 배가 고파왔고, 새로운 맛집 따위를 찾을 창의성과 성의는 바람에 날려갔다. 나는 그냥 아는 집으로 갔다. 두번째다 보니 모험할 용기가 생겼다. 내장탕을 시켰다. 소 처녑과 벌집양 등을 썰어 뭉근하게 끓인 요리가 나왔다. 

맛있었다. 아니. 맛있다는 말보다 좀더 애틋하고 짙은 단어가 있다면 그걸 쓰고 싶다. 얼큰하니 입에 착 붙는 것이 영락없는 내장탕이었다. 유럽 싸돌아다닌지 3개월이 넘어가던 시점인지라 맵고 짠 국물이 그렇게도 고팠는데, 크로아티아의 내장탕은 그 욕구를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었다. 추운날 순대국이나 감자탕을 먹고 나면 느끼는 내장에 내복을 입는 듯한 그 든든한 기분, 세상에 크로아티아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은 예전엔 정말 몰랐던 거다.

그 이후로 나는 크로아티아 여행 때면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여행자마다 내장탕 전도를 하고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도 사실 이거 내장탕 전도다. 크로아티아 가시면 내장탕 드시라. 특히 추운날 여행하신다면 더더욱 드시라. 그리고 구원받으시라.


4. 매운 홍합 볶음

추운 날에는 확실히 얼큰한게 땡긴다. 매운맛과 짙은 감칠맛이 오천과 트랭크스처럼 퓨전하여 만들어내는 그 깊고 걸쭉한 감각, '얼큰함'. 이 감각은 다분히 아시아적, 특히 한국적인 거라서 서양 음식에서는 그다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유럽 여행 중 얼큰한 음식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좋다. 그리고 지금 속개할 매운 홍합 볶음은 지금까지 맛본 유럽 음식중 얼큰이 분야로는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갈 음식이다.

이 매운 홍합 볶음은 마드리드에 있는 작은 바르 <엘 로시오 El Rocio>라는 곳의 메뉴. 솔 광장 주변 후미진 먹자 골목에 자리한 작디 작은 바르다.  지금 검색을 해보니 한국 웹페이지에서는 하나도 안 걸리는 걸 봐서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모양인데, 현지인들에게는 제법 홍합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어찌나 인간들이 미어터지는지 평일 밤 열한시에 갔는데도 한시간 줄 서서 들어갔다.

여러 종류의 홍합 요리와 해물 요리가 메뉴가 있지만  단연 매운 홍합이 압권이다. 뭘 먹고 자랐는지 아주 포동포동한 속살의 홍합을 서양솜씨 답지않게 아주 맵싸하고 얼큰하게 볶아낸다. 스페인 요리이므로 상그리아를 결들이고 국물에 빵을 찍어먹지만, 진짜 소맥 말아서 안주삼아 홍합살을 씹어댄 다음에 나중에 남은 국물에 밥비며 먹고 싶어진다. 유럽에서 추운날 먹기 보다는 한국에서 추운날 해먹어보고 싶은 음식에 가깝다.


5. 핫 비어
사진출처 : http://www.coffeeandvanilla.com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사소하게 걸었던 맹세 하나가 요 포스트를 통해 깨졌다. 웬만하면 모든 사진을 내가 직접 찍은 걸로 해결하겠다는 그거다. 깨졌다. 사진 DB를 아무리 뒤져도 안보인다. 그래서 퍼왔다. 웬만하면 플리커 같은 데서 저작권 문제 없는 걸로 퍼오려고 뒤져봤지만 없어서 할 수 없이 일반 사이트의 사진을 퍼왔다. 그만큼 요 핫 비어라는 물건이 마이너하다. 정확히 말하면 멀드 비어지만 걍 넘어가자.    지금까지 나는 폴란드 밖에서 이 물건을 본 적이 없는데, 혹시 다른 나라에서도 마시는 건지 어쩐지 아는 거 있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란다. 구글에서 뒤져봐도 폴란드식 레시피 밖에 안뜬다.

어쨌든 핫 비어다. 뜨거운 맥주. 말만 들었을때는 영락없는 괴식이다. 이 무슨 따뜻한 냉면급의 언어도단이란 말이냐. 무릇 맥주란 최대한 차게 식혀서 목구녕으로 훌쩍 넘기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나 폴란드에는 이 말도 안되는 맥주가 실존한다. 맥주에 클로브, 스타 아나이스, 카다멈, 계피 등의 향료랑 꿀을 넣고 불에 살살 데워내는 거다. 들어가는 재료를 봐서는 카레나 한약 둘중에 하나의 맛이 나야 할것 같은데 다행히 카레맛은 아니다. 맥주에 한방 감기약과 꿀을 섞어 데운 맛이랄까. 생각보다 괜찮다. 특히 추운 날에는 진짜로. 완전. 


그러니까 이런 날 말이다. 위의 사진 같은 그런 날. 분명히 눈 예보를 보고 크라쿠프에서 가슴 두근두근 거리며 자코파네로 향했는데, 오라는 눈은 안오고 눈의 온도에 준하는 겁나 차가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우산도 안챙기고 방수도 시원찮은 패딩하나만 입고 오들오들 떨며 시내를 헤매다가 도저히 안되겠길래 눈에 보이는 아무 펍이나 들어간 그런 날에는,종업원이 자리로 오자마자 자동으로 '핫 비어!!'를 외치게 되는 거다. 종업원이 도자기 잔에 담긴 핫 비어를 내오면 후후 불어 맥주를 한 모금 머금는다.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에 달달한 맛과 쌍화차 비슷한 향이 감돌고, 그것이 목안으로 내려가면 온 몸에 쌍화탕 마신 듯한 기운이 사르르 돌며 걸리지도 않았던 감기가 낫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폴란드 안가본지 몇년 됐다. 그 얘기는 핫비어 마지막으로 마신지도 좀 됐다는 거다. 계속 이따위 알래스카같은 날씨가 계속된다면 진짜 이 겨울 언젠가 내 손으로 핫비어를 재현해 볼 생각이다. 그런데 그 전에 망할노무 추위가 끝났으면 좋겠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이 추위가 물러가길 기원하며 각자의 신에게 빌도록 하자. 나는 굿 잘하는 무당을 어디서 공구해볼 생각이다. 추위가 물러간다면 예정했던 대로 달다구리 포스팅을, 아니라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유럽 레스토랑을 줄줄이 나열하는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

 

 

★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카페여행 | 작성시간 19.01.10 잘봤습니다
    댓글 이모티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