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의 밤은 비에 젖어 더 깊어진다.
비는 소리 없이 내리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웃고 떠들지만
나는 그 사이를 조금 비켜 서서 걷는다.
길 위에 번지는 불빛
젖은 돌바닥 위에 흐르는 그림자
그 위로 지나가는 발걸음들
그 안에 섞이지 못한 채
나는 나의 속도로 걷는다.
템플 바 골목으로 들어서면
문을 열 때마다 음악이 쏟아진다.
낡은 나무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이 섞여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 온기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춘다
들어갈까
그냥 지나갈까
고독은 늘 이런 선택 앞에 서게 만든다.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가
기네스 한 잔을 앞에 둔다.
검은 빛의 맥주 위로
천천히 올라오는 거품
그 고요한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한 모금을 마신다
쓴맛이 먼저 닿고
그 뒤에 오는 묵직한 향
마시고 나서야
입 안이 아니라
가슴 어딘가가 젖는 느낌이 든다.
이상하게도
이 도시는
아픔을 숨기게 하지 않는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도
혼자인 사람이 보이고
웃음 속에서도
각자의 사연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내가 들고 있는 고독도
조금은 덜 어색해진다.
밖으로 나오면
비는 여전히 내리고
하페니 브리지 위에는
몇몇 사람들이 서 있다.
강물은 어둡게 흐르고
그 위로 비가 떨어지며
작은 원을 만든다
나는 그 위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서 있다
길었던 시간들
지워지지 않던 기억들
삼키지 못했던 말들
그 모든 것이
비처럼 내려와
다시 나를 적신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나를
처음으로 본다
기네스의 쓴맛이
아직 입 안에 남아 있고
그 쓴맛이
이 밤과 묘하게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 고독은
조금 더 솔직해진다
더블린의 새벽은
천천히 밝아온다
비가 그친 자리 위로
희미한 빛이 내려앉고
젖어 있던 거리들이
조용히 숨을 고른다.
나는 다시 걷는다
아직 다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걸음 정도는
괜찮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