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위에 세워진 마을은
조금 다르게 숨을 쉰다.
레보드프로방스.
이곳은 흙이 아니라
바위 위에 세워진 시간이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평야와
끝없이 이어지는 올리브 나무들.
그리고 그 위에
세월을 견디며 버티고 있는
돌의 마을.
이곳의 길은 편하지 않다.
울퉁불퉁한 돌길은
걸음을 자꾸 늦추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내려놓는다.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바람이 불어오면
돌 사이를 스치며 낮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마치
오래된 시간들이
아직도 이곳에 머물러 있다는 듯
귓가에 맴돈다.
무너진 성벽과
남아 있는 흔적들 사이에서
이곳이 한때 얼마나 치열하게
지켜졌던 곳이었는지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의 레보드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싸움 대신
햇살이 머물고
긴장 대신
고요가 흐른다.
같은 공간이지만
시간이 바뀌면
의미도 함께 바뀐다는 것을
이곳은 조용히 보여준다.
높은 곳에 올라서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키려 애쓰며 살아왔을까.
그리고 그중
정작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었을까.
레보드는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바라보게 만든다.
멀리까지 펼쳐진 풍경처럼
내 삶도 한 번쯤
떨어져서 바라보라고.
그래서 이곳을 떠날 때쯤
마음에는 하나의 변화가 남는다.
조금 덜 붙잡고
조금 더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생각.
돌 위에 세워진 마을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조용히 견디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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