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서쪽의 오래된 도시 프라이부르크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리의 색감이었다.
붉은 지붕과 오래된 건물들. 창가마다 가득 걸린 꽃들. 트램이 천천히 지나가는 거리와 사람들의 여유로운 걸음까지.
도시는 크지 않았지만 하루를 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광장에는 시장이 열려 있었고 빵 냄새와 커피 향이 골목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아침 햇살이 비치던 프라이부르크 대성당 앞 광장에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함께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과일을 사고 누군가는 꽃다발을 들고 걸었고 카페 테라스에서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다.
프라이부르크는 사람 사는 풍경이 참 예쁜 도시였다.
골목 사이로 흐르는 작은 물길 베힐레를 따라 걷다 보면 괜히 어린 시절 동네 골목 같은 기분도 들었다. 물 위로 햇살이 흔들리고 아이들은 장난처럼 물을 따라 뛰어다녔다.
점심 무렵 마신 독일 맥주 한 잔과 소시지. 거창한 식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여행에서는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비싼 음식보다 좋은 공기와 좋은 사람들 속에서 먹는 한 끼가 오래 기억되는 순간.
도시 곳곳에는 오래된 시간과 젊은 에너지가 함께 있었다. 학생 도시답게 거리에는 활기가 있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프라이부르크는 낡은 도시라기보다 현재를 기분 좋게 살아가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해 질 무렵 성당 종소리가 울리고 붉은 노을이 지붕 위로 내려앉던 풍경은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는 큰 도시의 화려함을 좋아하지만 프라이부르크는 하루를 기분 좋게 채워주는 힘이 있는 도시였다.
천천히 걷고. 시장에 들르고.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고. 저녁 노을 아래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그 평범한 하루가 참 좋았다.
여행은 결국 유명한 장소 몇 곳보다 그 도시에서 내가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프라이부르크에서 다시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