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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살 딸과 함께한 22일간의 유럽 여행. (11)

작성자나난이|작성시간11.06.08|조회수896 목록 댓글 4

 2011년 5월 4일 짤쯔부르크에서 비엔나로

  

 

오늘은 비엔나로 이동하는 날. 짤쯔부르크에서 비엔나는 비예약구간이지만 이동시간은 3시간이나 걸린다.

천천히 조식먹고 느긋하게 짤쯔부르크 중앙역으로 가려고 호텔을 나섰다.

오스트리아인이지만 관광객으로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두 커플, 그러니까 네 분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다.

할아버지가 day티켓을 들고있었는데 가격이 3유로로 찍혀있었다.

이런, 난 어제 버스 안에서 1회권 2.1유로에 끊었었는데...이거 뭐, 가격 대비 효율이 달라도 너무 다른 거 아닌가?

뭐 어차피 버스타고 다닐 생각은 없었으니까...내가 동전지갑에서 2.1유로를 꺼내려고 동전을 털고 있으니, 한 할아버지가 티켓을 하나 주신다.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할아버지는 멋진 영어로 우리도 오늘 시내 구경하고 저녁에 떠난다고 티켓 남는다며 손에 티켓을 쥐어주셨다. 아이고... 꽤 여러 번 사양했지만 낼름 집어주시고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시던!! 할아버지 멋쟁이!!

 

 

할아버지 덕분에 짤쯔부르크 중앙역에 도착. 할아버지는 미라벨 정원 앞에서 내리셨다. 이번에는 전광판에 속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유레일 안내책자에 나온대로 3시간 소요되는 열차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20분 뒤에 도착 예정인 열차는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고 전광판에도 정보가 없었다. 철도역 직원들에게 책자를 보여주면서, 이거 탈 건데 열차가 안온다고 했더니, 6번 승강장으로 가라고 가르쳐준다. 그래서 6번 승강장으로 갔는데, 역시 또 전광판에 열차 정보는 뜨지 않는다. 이상해서 이사람저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외국인 관광객이라서 서로들 모르는 상황. 더구나 비엔나로 가는 사람들은 우리들 뿐. 그런데 저 옆에서 70은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완전 유창한 영어로 "비엔나 갈건가?" 하면서 내가 들고 있는 유레일 책자를 들여다보신다. 그러더니 역시 유창한 영어로 "아, 이거. 연착됐다는데, 1시간 전 열차가 연착이 돼서 3분뒤에 들어온다고하니 그걸타" 라고 알려주신다. 와우.오스트리아 방송을 듣고 나에게 설명해주시는 것과 가벼운 차림새로 보아하니 짤쯔부르크 현지인이 맞는 듯 한데, 이 자연스러운 영어는 뭔가!! 혹시 영어선생님 출신?? 순간 정말 할머니가 신처럼 느껴지고, 나도 영어공부 죽을때까지 정말정말 열심히 할테다!! 하고 마음먹었다. 9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케빈 영어선생님과 함께한 짤막한 영어로 유럽에 와서, 이정도면 생존영어는 되는구나 하고 스스로 뿌듯해 했는데, 이건 뭐, 나에게 채찍질을 더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할머니, 저에게 깨우침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이게 바로 산지식이고 산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이 아닌 낯선 누군가를 만나서 깨달음을 얻는 이 과정. 여행의 좋은 점은 바로 이런거였구나.

 

아, 그리고 진짜 특이한 유럽 철도 직원들...나만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열차 정보등을 물어보면, 어찌어찌 되었으니, 어찌어찌하도록 하세요, 라고 가르쳐 주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6번에서타라, 라든가, 여기서 기다리라, 또는, 오늘은 그런 기차 없다, 있다가 다른 ***번 기차로 타라, 라고만 가르쳐준다. 중간 과정 설명은 정말 안한다. 왤까? 자기들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외국인들하고 하도 말이 안통해서?? 하지만 이태리에서 현지인이 항의해도 대답은 초지일관, 저기서 타라, 였다.

로마에서 나폴리로 가는데 기차들이 모두 연착되고 시간표가 엉기고...만하임에 연착되었을 때도 그렇고, 떼르미니 역에서 공항 익스프레스 타는데, 플랫폼이 바뀌어도 그런 설명을 해주는 직원은 정말 없었다. 그냥 타라, 이런 식이다. 10년 전 유럽 여행을 할 때도 그랬다. 프랑스 대홍수때문에 스위스에 가지 못했을때도, 그저 열차가 중단되었다는 말 뿐, 왜냐고 한참을 물으니 홍수 때문에 철도가 끊겼다고...뭐, 이런 식이라는 걸 좀 알고 간다면, 그나마 기차 탈 때 덜 헤맬 듯 싶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기차를 타려는 주변인들의 대화를 듣거나 주변인들에게 물봐야 더 쉽게 알 수 있다.

 

어찌 됐든, 할머니 덕분에 비엔나로 가는 열차를 무사히 타게 된 우리.

1등석 쪽으로 향하는데, 2등석에 있는 저 침대변신 의자를 보더니 그곳에 앉고싶다던 우리 딸. 그래그래. 다 경험인데, 1등석이면 어떻고 2등석이면 어떠랴. 엉덩이쪽 좌석을 밀면 침대로 변신하는 의자. 누워가면서 좋으시단다~ 객실처럼 문도 닫힌다고 우와우와~감탄을 연발하던 귀염둥이~

 

서로 사진 찍어주기. 저 옆에 보이는 것이 우리 짐. 그리고 크로스 백. 저것이 짐의 전부이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정말 헤비급!

 

내 발 셀카 겸 어린이 독사진. 아직까지는 발이 하얗군. 곧 발에 때가 끼면서, 심지어는 베네치아부터 새카맣게 타기 시작한다.

유럽 여행 중 때타월 필수. 다리에도 이제 막 때가 낀다. 샤워해도 남아있는 각질층.

건조하고 먼지 밟고 종일 돌아다니니 나의 바디는 노예화 된다는.

때타월만 있었어도 한 번 다리 쏵~ 밀어줬을텐데...

나만 더러운 건가??? 생각해보니 다른사람들은 나름 깨끗한 것도 같았다.

 

기차안에서 찍은 바깥풍경. 유럽 짱입니다요. 이런 풍경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권 중의 특권!

 

호텔에 도착하니 5시. 그냥 호텔에 머무르기는 시간이 애매해서 시내 산책.

시내 메인 케른트너 거리로~

해가 잠깐잠깐 눈부실 정도로 쨍하고 뜨면서도 곧 흐려지기도 하는 묘한 날씨.

눈이 부셔서 찡그려지는데도 꽤나 쌀쌀했다.

 

성슈테판 성당.

그 어떤사람의 사진에도 성슈테판 성당은 항상 보수중이던데. 뭐니? 언제쯤 멀쩡해지는 거냐고~

 

금강산도 식후경. 딸의 강력한 주장에 치킨너겟과 감자. 나 어쩔 수 없이 저 메뉴에 맥주 주문했다.

누구나 그럴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해보는, 이제는 알코올 홀릭이 된 아줌마.

하지만, 스몰드래프트잖아~ 유럽에서는 껴주지도 않는 사이즈라고~

 

가게 벽에 걸려있던 페이퍼홀더. 내가 보기엔 낚시 용품같은데. 도나우강 잉어 낚시대 아닐까??

직원에게, 원래 저 물건의 진짜 오리지날 용도가 페이퍼홀더냐고, 낚시대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레알 페이퍼용도라고 하셨당.

레알 그럴까? 륄뤼? 아냐아냐, 그사람이 모르는 걸거야.

난 원래 의심이 많은 1인.

하여간, 내 눈길을 확 사로잡은 물건이었다.

 

후식도 짱입니다요!! 양도 많으네~

 

냠냠. 멜론 아이스크림~! 색깔을 보니, 파파야인 듯. 하지만 아이스크림 이름표에는 멜론이라고 써있었음.

 

그 유명한 데멜카페 맞은편에 있는, 역시 유명한 초컬릿가게.

아~아~ 미칠 거 같다.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왕실에 초컬릿을 납품하는 가게였다고 했는데...이런 젝일스!! 이놈의 기억력...

여튼, 저 뒤의 하트는 초컬릿과 설탕. 짱입니다요.

 

가격이 정신줄을 놓게하는...우린 둘 다 초컬릿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pass!!

 

아이스크림 먹는데 1시간 걸리나봐~ 정말 양이 푸짐푸짐.

 

 

짤막한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 어린이 케이블 방송을 틀었더니, 요즘 우리 공주님이 열광하시는 쿵푸스컹크가 방송되고 있었다. 어린이 케이블 방송 좀 보시고, 호텔로비에서 인터넷 좀 하다가 꿈나라~. 푹 쉬고 내일 즐겁게 관광합시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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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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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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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냐하하하하핫 | 작성시간 11.07.27 정말 사랑스러원 여행이네요~ 유럽여행생각중인데 정말 꼭가보고싶어요!!ㅋㅋ
  • 답댓글 작성자나난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7.27 어린아이랑 가니까 알차게 보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추억 많이 쌓아와서 뿌듯해요. 님도 준비 잘해서 즐겁게 다녀오세요~
  • 작성자베스트난금 | 작성시간 11.07.28 ㅋㅋㅋ 하루는 거의 하루 이동하고 호텔도착하면 산책잠깐하고 다시 귀가? 이런식이 되는거 같아요ㅜ 시간이 완전 빨리가는건 아닌지 ㅜㅜ 힝
  • 답댓글 작성자나난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7.28 이동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시고, 잠깐씩이라도 그 동네의 공기를 마셔보는 걸로도 여행을 즐기세요. 나중에는 아이도 기차타는 방법을 이해하고, 플랫폼도 여기저기 둘러보더라고요. 열차 번호도 살펴보곤 했답니다. 한국에서도 일부러 버스자주타고 지하철도 자주 탔는데, 그게 유럽가서도 큰 도움이 됐어요. 솔직히 요새는 아이들이 엄마차만 타고 다니지, 대중교통 이용할 일이 거의 없잖아요. 일부러 어릴 때 소아비만같은 거 염려돼서 대중교통 이용하고 했는데, 살다보니 유럽가서도 나름 잘 통하니 좋았네요^^. 즐기세요. 별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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