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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는...로마옆 황제의 휴양온천

작성자캬페지기|작성시간25.05.25|조회수93 목록 댓글 2

[티볼리, 그날의 기억]


로마의 분주한 골목을 빠져나와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
세상은 조금씩 조용해졌고
티볼리는 그렇게 내게로 다가왔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던 작은 도시.
처음엔 아무 기대도 없었다.
그저 하루쯤, 사람 없는 정원에서
천천히 걷고 싶었을 뿐이었다.

빌라 데스테에서, 나는 멈췄다.
오르간 분수 앞.
분수에서 흐르는 물이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은 나를 잠시
과거로 데려갔다.

수세기 전의 귀족들이 이 정원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나는 그들이 남긴 그늘 아래 앉아
커피 한 모금으로, 마음을 적셨다.

빌라 아드리아나에서는,
무너진 대리석 기둥과 텅 빈 연못 앞에서
문득, 내 삶도 언젠가는
이처럼 조용한 흔적으로 남겠구나, 싶었다.

황제의 사유지였지만
지금은 들꽃과 햇살의 것이 된 그 공간은
"내려놓음"이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빌라 그레고리아나의 숲길.
폭포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마음속 소음은 줄어들었다.
돌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
폭포를 올려다봤을 때,
나는 오래도록 숨을 들이쉬었다.

그곳엔 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오래된 피로가 풀려갔다.

돌아오는 기차 안,
나는 창밖으로 스쳐가는 나무와 언덕을 보며
이름 없는 평범한 하루가
이렇게도 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티볼리는, 말하자면
내 마음이 다시 숨 쉬기 시작한 도시였다.”

언젠가 다시 그 정원을 걷게 된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아무 말 없이, 다만 조용히
물을 듣고, 나무를 보며
내 안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물소리가 흘러나오던 정원의 기억.
그날, 나는 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조용한 도시 티볼리로 향했다.
뜨거운 도시의 열기를 뒤로하고, 언덕을 오르니
아주 오래전 귀족들이 머물렀다는 정원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듯 펼쳐져 있었다.



빌라 데스테.

수백 개의 분수가 흘러나오는 정원.
돌계단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처럼 울려 퍼지는 물소리가 나를 감쌌다.
그 속에서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앉아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볼 뿐.
정원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빌라 아드리아나.

무너진 대리석 틈 사이로 들꽃이 피어 있었다.
황제의 별장이었다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고요한 공간.
햇살 속에서 나는 돌기둥에 손을 얹고,
문득 ‘권력은 흘러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는 문장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사라져도, 이곳은 아직 살아 있었다.

빌라 그레고리아나.

좁은 산책길을 따라 폭포소리가 들려왔다.
계곡을 끼고 흐르는 길 위에서,
나는 자연이 만든 예술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
물이 떨어지는 그 한 점에서,
마음속 응어리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티볼리에서의 하루는 잊히지 않았다.
화려하지도, 북적이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그 차분함 속에서
진짜 여행자의 마음을 찾을 수 있었다.



> “세월이 지나도 그날의 정원은 내 안에 있다.
지금도 어쩌다 문득, 물소리가 내 마음을 두드릴 때면
나는 다시 티볼리의 어느 벤치에 앉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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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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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eyeonpark | 작성시간 25.05.25 정원이 멋있네요
    나도 저런 정원 아니 나만의 작은 정원이라도 있었으면 하네요
    초록색 다홍색 빨간색 노란색 이 세상의 모든 색이 있는 정원이면 좋겠어요
  • 작성자캬페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5.25 정말요, 그런 정원 하나 있으면 마음까지 피어날 것 같아요.
    초록은 위로가 되고, 다홍은 설렘이 되고, 빨강은 열정이 되고…
    노랑은 따스함처럼 다가오죠.
    세상의 모든 색이 담긴 정원, 그건 곧 당신 마음의 풍경일지도 몰라요.
    언젠가는 꼭, 당신만의 작은 낙원이 생기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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