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니아, 시간도 천천히 걷는 나라”
– 60대 여행자의 일기
“알바니아는 어떤 나라야?”
여행을 준비할 때, 열에 아홉은 그렇게 물었다.
솔직히 나도 몰랐다. 유럽 어디쯤, 지중해 어귀에 있는 나라라는 정도.
하지만 그 막연함 덕분에, 나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 속으로 가벼이 걸어들어갈 수 있었다.
📍 티라나 – 낯섦이 설렘으로 바뀌는 곳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진 건 이방인의 고요함과 동시에 놀라운 친근함이었다.
도심 한복판, 스칸데르베그 광장에 서니, 무언가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현대적인 빌딩과 사회주의 시대의 건물들이 뒤섞인 풍경.
마치 과거와 현재가 손을 잡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듯했다.
골목길 벽화는 밝고 자유로웠고, 사람들이 타는 자전거 소리는 조용한 도시의 맥박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슬로우 워커’였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블록(Blloku) 지역엔 감성적인 카페와 저렴한 전통음식점이 많았다.
그중 ‘OPA’라는 작은 식당에서 먹은 *페르조르 베프시(Përzhur ve Bëpsi)*는
담백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가 입맛을 돋웠다.
가격은 6천 원 남짓.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소박하고 맛있었다.
📍 베라트 – 흰 집들의 속삭임
2일차엔 베라트로 향했다.
‘천 개의 창문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답게, 흰 벽과 갈색 지붕이 반복되는 언덕 위 마을.
언뜻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래카 지구(Gorica)*에서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아이들이 인사하며 지나가고, 마당에서 앉아 있던 할머니가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고, 그 순간 알았다.
이 도시는 사진보다, ‘마음에 남는 장면’으로 기억된다는 걸.
베라트 성에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팔랐지만, 동행한 친구와 함께 천천히 쉬어가며 올랐다.
성벽에 앉아 내려다본 마을 풍경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 지로카스트라 – 돌계단을 걷는 시간
지로카스트라는 알바니아의 또 다른 보석이었다.
오스만 시대의 고성 마을.
길마다 돌로 된 계단이 깔려 있어, 걷는 내내 시간의 결을 밟는 기분이 들었다.
무릎이 살짝 걱정되었지만, 급한 마음 없이 쉬엄쉬엄 걸으니 문제없었다.
성 안에 들어서니, 오래된 포탄과 깃발, 총들이 전시돼 있었다.
하지만 그 차가운 물건들 너머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지로카스트라에서는 *전통 민속가옥(스카엔더 하우스)*도 인상 깊었다.
좁은 문, 낮은 천장,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모습.
조용하고 단정한 이 집이, 묘하게 우리 어릴 적 기억 속 집 같았다.
🥘 맛있는 여정, 사람 냄새 나는 식사
매 끼니가 기대됐다.
알바니아 음식은 재료가 단순하지만 깊은 맛이 있었다.
산지에서 직접 나는 채소와 올리브유, 신선한 고기와 요거트.
길가의 로컬 식당에 앉으면 종업원이 영어는 못해도 눈으로 친절을 전해줬다.
특히 *엘바산(Elbasan)*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먹은 '엘바산 타브(Elbasan Tavë)'는
우리나라 뚝배기 요리처럼 따끈하고 진한 맛이 났다.
식후 커피는 꼭 터키 스타일.
잔 속엔 커피보다 ‘마을의 온기’가 먼저 담겨 있었다.
🧳 마음이 먼저 돌아간 나라
열흘 일정 중 알바니아에 머문 건 겨우 4박 5일이었지만,
이 나라가 마음속에 남긴 잔상은 너무나 깊고 단단했다.
비싸지 않은 숙소,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
복잡하지 않은 일정 속에서 ‘편안함’이 여행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내 나이에 맞는 여행이란, 많이 보는 게 아니라
‘천천히 느끼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알바니아는 그렇게, 내 인생의 조용한 쉼표가 되어주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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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캬페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6.01
겸손[謙遜]없는 자부심[自負心]은 자만[自慢]이 되고
겸손[謙遜]없는 용기[勇氣]는 무모[無謀]함이 되며
겸손[謙遜]없는 지식[知識]은 아집[我執]이 됩니다.
겸손[謙遜]없는 비지니스는 고객[顧客]을 무시 하게 됩니다.
겸손[謙遜]없는 승리[勝利]는 오만[傲慢]이 되고 맙니다.
겸손[謙遜]이라는 비움이 있어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데
자만[自慢], 무모[無謀],
아집[我執], 무시[無視], 오만[傲慢]으로
가득 차 있는 그릇에는 아무것도 더 담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 편안한 하루길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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