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일 알자스 로맨틱가도 베를린 버스여행 팀.
독일 남부의 저녁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습니다.
알테마인교를 천천히 걷다 보니
강물은 연한 에메랄드빛으로 흘러가고
멀리 알프스 끝자락 능선에는
비를 머금은 구름이 걸려 있었습니다.
레흐강변을 따라 걷는 현지인들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한 남자는 오래된 리드줄 하나에 의지한 채
흰 강아지와 천천히 산책하고 있었고
어떤 노부부는 강가 벤치에 앉아
말없이 물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여행자는 늘 무언가를 보러 다니지만
그 사람들은
그저 하루를 살아내고 돌아가는 길 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벤츠 박물관에서는
독일이라는 나라가 왜 기계와 시간에 강한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반짝이는 자동차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백 년 전의 엔진 하나도 끝까지 보존해 두려는 태도였습니다.
빠르게 달려온 역사 속에서도
자기들의 시간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
그것이 독일 도시들 골목마다 남아 있었습니다.
푸거라이에서는
더 깊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500년 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작은 공동체.
지금도 아주 낮은 임대료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마을 안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습니다.
작은 창문.
낮은 담장.
꽃이 놓인 창틀.
오래된 돌길.
화려한 궁전보다도
그곳의 소박한 삶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천천히 바닥 위로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바쳐
저 높은 천장 하나를 만들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름도 남지 않은 채
돌 하나를 옮겼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오래된 성당 안에서는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구시가지는 또 달랐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작은 레스토랑 테이블들이 놓여 있고
사람들은 와인 한 잔 앞에 두고
긴 저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여행은 결국
유명한 장소를 몇 군데 더 보는 일이 아니라
그 도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속도를
잠시 따라 걸어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흐강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날의 마음은 이상하게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인생도 이렇게 흘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천천히.
조금 덜 욕심내며.
좋아하는 사람과
강가를 오래 걸을 수 있는 삶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