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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돌로미테..

작성자카페 지기|작성시간26.06.20|조회수47 목록 댓글 3

처음 만난 돌로미테


솔직히 말하면 저는 트레킹을 즐겨 하던 사람이 아닙니다. 높은 산은 전문가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했고, TV에서 보던 돌로미테 역시 그저 아름다운 풍경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걸어보니 돌로미테는 산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었습니다.
아침에 작은 마을을 출발해 천천히 걸었습니다. 집들 뒤로 우뚝 솟은 바위산이 보였고, 초록 초원에는 노란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길은 좁았지만 마음은 점점 넓어졌습니다.


앞사람을 따라 한 걸음씩 걷다 보니 어느새 숲길이 나왔습니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고, 작은 개울을 건너며 사람들은 서로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숨을 고르며 웃었습니다.

처음에는 언제 도착하나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목적지가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그저 걷는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


길은 다시 초원으로 이어졌습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왔다가 금세 파란 하늘이 열렸습니다. 돌로미테의 날씨는 마치 사람 마음 같았습니다. 흐렸다가 맑아지고, 금세 또 다른 표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거대한 암봉들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산이 있을까.
사진으로는 수없이 봤지만 실제로 마주한 친퀘토리의 바위들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수천만 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을 거대한 바위 앞에서 저는 너무 작은 존재가 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아진 만큼 마음은 더 편안해졌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초록 초원과 숲, 굽이굽이 이어진 길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함께 온 사람들은 두 팔을 벌리고 환호했고, 누군가는 바위에 앉아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저 역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바람 소리만 들리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일도, 걱정도, 복잡한 현실도 잠시 잊혔습니다.
돌로미테에서는 많이 보려고 애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천천히 걸으면 됩니다.

가끔은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고, 가끔은 뒤를 돌아 함께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됩니다.


누구는 빨리 걷고 누구는 천천히 걷습니다. 어떤 분은 작은 언덕도 힘들어하고, 어떤 분은 바위 위에 올라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습니다.

그런데 결국 모두 같은 곳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번 돌로미테 트레킹을 하며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인생도 이 길과 참 닮았습니다.


우리는 늘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사실은 천천히 걸어도 괜찮았습니다.
가끔 쉬어도 괜찮고, 뒤처져도 괜찮고, 잠시 앉아 풍경을 바라봐도 괜찮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갔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걸었고, 그 길에서 얼마나 많이 웃었느냐였습니다.
처음 만난 돌로미테.

저는 산을 정복하고 온 것이 아닙니다.
대신 잊고 살았던 여유와,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마음과, 함께 걷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조금 배워서 돌아갑니다.

그리고 언젠가 힘든 날이 오면 오늘의 이 풍경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먹구름 아래 끝없이 펼쳐진 초록 초원.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바위산. 그리고 그 길 위를 천천히 걸어가던 우리들의 뒷모습을 말입니다.


6월 11일 돌로미테 트레킹 참가하신분이
보내주시글을 첨부하여 올립니다.
즐겁게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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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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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르몽리아스 | 작성시간 26.06.20 아~
    정말 가고싶다....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당초 | 작성시간 26.06.20 우리가 담 차례로 걷게 되는 길이네요
    기대 됩니다
  • 답댓글 작성자카페 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0 체력관리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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