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e Hotel(용감한 호텔)
민수가 호텔을 경영한다, 이름은 Brave Hotel 용감한 호텔.
호텔은 신혼여행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호텔은 전망부터가 남다르다.
앞에는 바다가 주-욱 펼쳐져있어서 어느 객실이라도 시원하다.
뒤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어서 조그마한 오솔길, 산책로가 보이고 가끔씩 조그마한 동물들도 보인다.
이 호텔은 전망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방마다 독특한 전망,
특색이 있어서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고객의 감동 중심이다.
그리고 이 호텔은 해돋이로 유명한 동네에서도 가장 해돋이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민수 자리는 항상 안내 데스크이다.
고객과 직접 만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전체 직원들 통제하기가 이곳만큼 좋은 자리가 없다.
토요일 오전이라 아직은 한가하다.
호텔 문이 쓰윽 열린다, 손님인가 보다.
두리번거리더니 곧장 안내 데스크로 다가온다.
“어서 오세요.”
큰 키, 험악한 얼굴에 멋쩍으면서 쑥스러워하는 표정, 손에 돌도끼만 들으면 영락없는
석기시대 산적이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는데요?”
“제가 두 달 뒤에 결혼하는데, 이 동네에 볼일이 있어서 온 김에 호텔 좀 알아보려고요...”
인터넷을 통해 이 호텔의 특징, 구조, 가격 등은 알았을 것이고... 지금 같은 비수기에 꼭 이 호텔에 오게 해야 한다.
차분하게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호텔이 한가한 시간이다.
“앉으세요.”
의자를 권하고, 다른 직원에게 차 한 잔을 주문시켰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저희 브레이브 호텔은 신혼여행을 위한 호텔로 깨끗함, 안락함
그리고 전망이 우리나라 최고이고, 주변에 유적지가 많아 신혼여행 호텔로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손님에게 확신을 주기위해 최고라는 말을 몇 번 강조한다.
“저희 브레이브 호텔은 4층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호텔의 장점은 손님들의 선택의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방의 모양이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는 점입니다.”
“그럼 방의 모양이 각양각색, 모두 다르다는 건가요?”
손님이 이해가 잘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민수가 살짝 미소를 보이며
“다 다르지는 않고요, 다양하기는 한데 규칙성은 있어요.
1층에는 방모양이 한 종류, 2층에는 두 종류, 3층에는 세 종류, 4층에는 네 종류의 방이 있지요.“
민수가 호텔을 지을 때,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 중의 하나가 방 모양이었다.
손님에게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여러 종류로 방값을 비싸게
받아보겠다는 의도가 컸다.
“방이 어떤 모양인데요?”
손님이 방 모양을 물어 보면서도, 밖에서 이 건물을 볼 때도 특이했는데,
내부까지도 이상한 모양일 수 있다는 게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 같다.
“1층의 방모양은 한 종류, 동그라미 방이고요. 2층은 두 종류, 동그란 방과 세모 방.”
궁금함을 유발하기 위해서인지 민수가 잠깐 말을 멈춘다. 손님이 잠깐 미간을 모으더니
“3층에는 방모양이 세 종류이고, 규칙성이 있다고 했으니 동그라미, 세모 그리고는 찍어서 네모 쯤 아닐까요?”
“네, 맞습니다.”
힌트를 줘도 도저히 못 맞추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간단하게 맞추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수월한 경우도 있다.
“4층에는 네 가지 모양이 있는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맞추기 힘들걸요, 특이해서...”
“오각형?”
“땡! 아닙니다. 조금은 어려운데... 힌트를 드리자면, 허니문 호텔.”
“하트?”
“딩동댕, 맞습니다!”
민수도 신이 나서 경품이라도 줄 것처럼 목소리가 들떠있다.
“1층에는 동그라미 모양 방, 2층에는 동그라미. 세모방, 3층에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 종류가,
4층에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 하트 종류의 방이 있습니다.
호텔 직원들 사이에서는 방 모양을 간단하게 줄여서 부릅니다.“
“어떻게요?”
손님이 대화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다.
민수도 ‘토요일 오전이라 아직은 손님도 별로 없고, 바쁘지도 않는데, 잘됐다’ 하는 마음으로
거의 손님과 수다 떠는 수준이다.
“동그라미 모양은 s, 세모는 p, 네모는 d, 하트는 f 라고 줄여서 부릅니다. 3층 세모 모양 방은 3p라고 부르죠.”
“앞의 숫자는 층수를 가리키는 거네요.”
“네. 앞에 층수를 안 붙이면 헷갈리거든요.”
이 손님은 처음 올 때의 쑥스러움은 없어지고 추리하듯 적극적이다.
“그런데 앞에서 층마다 방 종류가 층 수 만큼 있다고 하셨는데,
종류라는 것은 같은 모양에서 몇 개가 있다는 복수 의미가 아닌가요?”
민수가 놀랍다는 듯이 조금은 과장되게
“예리하시네요. 맞습니다. 같은 모양의 방이라도 전망에 따라 방향이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1층에는 s(동그라미) 방이 있는데, 식당 만들고, 로비 만들고, 까페 만들고 나니깐,
s방은 하나(한 방향)밖에 나오질 않더라구요.“
호텔을 설계할 때, 각 층의 s방은 호텔에 와서 전망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들어 앉아 나오지 않는
신혼부부를 위해서 만들어진 방이라서 각층 마다 방향 무시하고 기본으로 하나씩 있다.
“2층에는 s방, p(세모)방이 있는데, s방은 방향 없이 1개,
p방은 전망에 따라 -바다 방향 쪽. 산 방향 쪽. 일출 방향 쪽- 이렇게 3 방향으로 방이 있어요.”
“그럼 2층에는 s방 하나, p방 3개. 합해서 방 4개가 있겠네요.”
“그렇씀-니다.”
민수가 오버하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내가 쏠께’ 하는 분위기다.
“그럼. 3층에는 방이 몇 개 있을까요?”
손님도 신나서 붕 뜨는 기분인 것 같다.
“3층에는 s방, p방, d방이 있겠고요. s방은 한 방향, p방은 세 방향, d방은...일삼오니깐,
다섯 방향이 있겠네요.”
손님이 말을 멈추고 민수를 쳐다본다.
민수가 오른손으로 엄지를 내보이며
“대단하시네요. 그걸 맞추다니, 호텔 생긴지 1년이 지났는데 그걸 맞춘 사람은 아직 없었거든요.”
손님이 애써 겸손해 하면서도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말한다.
“음- 제가 수학을 조금 해요. 지금도 잘났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그럼 3층에는 s방 한 방향, p방 3방향, d방 5방향이 있으니 일삼오 더하면 9개 방?“
“네. 3층은 방 9개, 4층에는 s방-1방향, p방-3방향, d방-5방향, f방-7방향 개 있어서 16개의 방이 있어요.”
“어, 그럼. 층수의 제곱이 방의 개수네요. 1층은 1개, 2층은 4개, 3층은 9개... 와, 멋있다.”
“네, 그래서 저희 호텔은 멋진 호텔이라고도 하죠. brave 단어에는 용감한 뜻도 있는데
멋진, 화려한 뜻도 있지요.”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시계를 보더니 몸을 민수 쪽으로 당기면서
“숙박비는 어떻게 하죠?”
민수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표정으로
“저희 호텔 숙박비 책정은, 층이 높을수록, 종류가 다양한 방일수록 가격이 높아집니다.”
“그럼 4f방이 제일 비싸겠네요.”
“네. 가격의 순서를 잠깐 말씀드리자면, 1s / 2s 2p / 3s 3p 3d / 4s 4p 4 d 4f 순으로 올라
갑니다... 그리고 할인도 가능합니다.”
할인에다 강조를 했다. 이곳에 직접 올 정도면 직접 왔을 때 얻는게 있어야겠지...
손님이 갑자기 주저주저하면서 묻는다.
“...방 구조와 숙박비는 알았고... 이 곳 호텔이름이 브레이브 호텔인데,
제가 인터넷에 알아본 바로는 여기가 귀곡산장 같아서 브레이브한 사람만 가라고 하던데... 맞나요?”
“...”
민수가 식은 찾잔을 입에 갖다댄다. 알 사람은 다 아는구나하는 뭔가 난처한 표정이다.
“...”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민수가 결심한 듯이 입을 열었다.
“...제가 이곳에 호텔을 지을 때 이곳은... 전망좋은 곳이 다 그렇듯 공동묘지였습니다.
묘지란 곳은 명당자리라서 생기는 곳이겠지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용감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름도 용감한 호텔이라 지었고요...호텔 이름처럼 용감한 사람들만 오더라구요,
신혼여행 때 남다른 것을 즐기려고 스릴 때문에 오는 분들도 계시고요”
민수의 표정이 심각한 표정에서 ‘너도 용감하면 오고 무서우면 오지마라’하는 사람의 오기를
건드는 표정으로 바뀐다.
“며칠 전에도 무슨 일이 있었다면서요..”
민수가 식은 찾잔에 또 입을 갖다 댄다. 벌써 퍼졌나하는, 심각한 표정이다.
“...네. 며칠전에 청년 넷이 와서는 하루밤만.. 잠자는 것도 아니고 새벽에 일출만 보고 떠난다고
방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안된다고 했지요. 저희는 신혼여행 호텔이잖아요.
그래도 계속 애원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3층 네모 방(3d)을 주었지요, 네 명이라서..”
“그래서요?”
“...다음날 그 방에서 일출을 보려고 네 명이서 즐겁게 짐을 싸가지고 이곳으로 나오더라구요,
얼굴이 빨갛게 부어서... 그래서 물어보았죠. 그랬더니...”
민수가 잠시 숨을 가다듬고서
“...네 명이서 잠을 안자려고 게임을 했는데,
네 명이 네모 방 구석구석에 앉아서 반시계 방향으로 뺨 때리기를 했나봐요,
불끄고 깜깜한 방에서. 한 명이 일어나서 오른쪽으로 살금살금 기어가서
구석에 있는 친구의 뺨을 세게 때리고 그 친구 자리에 앉고,
맞은 사람은 옆으로 기어가서 뺨을 때리고.. 일종의 전달 게임이죠..
그렇게 몇 시간을 재미있게 보냈데요.”
“...”
“...”
“와- 5명이야!”
한 달 후 어느 날.
민수는 여느 때와 같이 안내 데스크에 서 있다.
호텔 문이 당당하게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눈에 많이 익다.
‘아. 저번 달에 왔다간 그 산적.’
이 호텔이 무서워서 안올줄 알았는데...오다니, 반갑다.
민수가 친근하고 웃음 띤 얼굴로 눈인사를 한다.
산적같은 손님도 밝은 표정이고, 저번보다는 한껏 여유 있어 보인다.
“예약하려고요. 여자 친구랑 상의하느라고 이제 왔네요. 방 있나요?”
“있긴 있는데... 저희는 6개월 마다 새롭게 호텔을 단장합니다.
손님들에게 더욱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죠. 당연히 가격도 바뀝니다.“
손님이 한 순간 당황해 하면서 묻는다.
“그럼. 저번에는 1s / 2s 2p / 3s 3p 3d / 4s 4p 4 d 4f 순이었는데, 변동이 생겼단 얘깁니까?”
민수가 직원에게 차 한 잔을 주문한다.
이번에도 이야기가 길어질 모양이다.
“저희 브레이브 호텔은 이번에 새 단장을 하면서 손님들이 많이 애용하시는 방들을
더욱 안락하고 좋은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말이 좋아서 편리, 안락이지, 많이 찾는 방의 값을 더 올렸다는 말이겠지.
손님이 너네 속셈 다 안다는 듯이 씨-익 웃는다.
“그럼, 어떻게 변동이 되었나요?”
“네. 방 모양이나 방향은 똑같은데, 방의 가격 순서만 바뀌었습니다.
1s/ 2s/ 2p/ 3s/ 3p /4s /3d /4p/ 5s/ 4d / 5p/ 6s/ 4f / 5d / 6p/ 7s / 5f/ 6d / 7p로,
방 가격을 현실화 시켰다는 것이 바뀐 점이죠.“
이곳도 장사를 해야 하니깐 가격을 올리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그래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표정이다.
“간단하게 순서가 s/s p /s p /s d p /s d p /s f d p /s f d p 라는 것은
당연히 층이 낮아도 옵션이 많으면 가격이 비싸지고 순서도 바뀐다는 것도 알겠는데...
방 모양의 층수에 5s,6s,7s가 있는데, 밖에서 보니깐 아직도 4층이던데...”
민수가 살짝 웃으며 말한다.
“저희 사랑스런 호텔이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매우 잘돼서
6개월 후에는 7층까지 높여질 것 같아 미리 요금표를 정해 놨습니다,
1s/2s 2p/3s 3p /4s 3d 4p/5s 4d 5p/ 6s 4f 5d 6p/7s 5f 6d 7p...
덧붙이자면 손님은 당연히 할인을 해드리야죠, 저번 가격으로.. 저번부터 오셨는데.”
“고맙습니다. 저희는 4f방으로 주세요.”
민수가 미소 띤 얼굴로 데스크 뒤에 있는 카드를 꺼낸다.
“여기 번거롭더라도 숙박부 좀 작성해 주세요. 참고로 저희 호텔은 한 방에 남녀 한 쌍을 원칙으로 합니다.”
손님이 신용카드를 내밀면서 지나가는 말로 묻는다.
“그동안, 무슨 일 없었나요?”
민수가 잠시 뜸들이며 손님 카드 명세서에 서명한 것을 보더니 짖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있었죠, 당연히 있었죠, 브레이브 호텔인데요!”
손님이 궁금한 표정으로 민수를 쳐다본다.
민수도 이제 결제도 했으니 말해도 되겠지 하는 표정이다.
“며칠전에 4층에서 묵었던 신혼부부가 그러는거예요,
밤에 복도에 빨간 불 켜놓았냐고. 밤에 복도가 어수선하길래
현관문에서 복도를 보는 구멍으로 보았더니 빨갛더래요.
저희는 그랬죠, 그런 일 없다고, 복도마다 항상 주광색 등을 켜놓거든요...
알고 보니 그날이 4층에서 작년에 죽은 사람 1년 되는 날이더군요. 그 구멍으로 같이 본거죠.”
손님이 뜨아 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더 궁금해 하는 저 표정.
민수가 말을 이었다.
“저번에는 한 손님이 저쪽 바닷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크게 다쳤어요.
왜 그런가하고 그 언덕에 가보았더니... 그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바닷물이 너무 예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해요.
신혼 부부가 부부싸움하고 가끔 뛰어내리고 싶은 사람이 가곤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곳에다 푯말을 세웠어요, 바닷바람에 흔들리지 말라고 시멘트로 짱짱하게.
푯말 내용은 <다시 한번 생각하시오!>
그런데 저번 다친 손님이 부부싸움하고 그곳에 갔다가... 다시 호텔로 발길을 돌리다가.. 그냥 뛰어내렸데요.”
“왜요?”
민수는 카운터에 있는 <저희 업소는 환불할 수 없으니 다시 생각하세요.>
종이 푯말을 손님이 볼 수 있게 슬그머니 손님 쪽으로 돌려놨다.
“그 손님이 그곳에 갈때는 그 푯말을 못보고 가서는.. 다시 잘살아보겠다고 결심하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그 푯말의 글씨를 봤나봐요, 그러고는 곧장 뛰어내렸더라고요...
누가 푯말을 돌려놨나봐요. 사람의 힘으로는 돌릴 수 없는데...”
손님이 손에 든 서명한 카드 명세서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끝>
[참고]
귀신이 등장하는 곳이 세군데 있습니다.
----------------------------------------------------------- <박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