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고사성어 중 하나인 **계륵(鷄肋, 닭의 갈비)**이 한중(漢中)에서 나온 이유는, 당시 그 지역이 조조에게 **"버리기는 아깝고 차지하고 있자니 먹을 게 없는"** 진퇴양난의 요충지였기 때문입니다.
서기 219년, 조조와 유비는 촉나라로 가는 길목인 '한중'을 두고 거대한 전쟁(**한중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때 조조가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면 왜 한중이 닭 갈비에 비유되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1. 먹을 살은 없다 (막대한 보급 비용과 군사적 교착)
한중을 차지하고 수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컸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진령산맥**의 험준한 산세를 기억하시나요? 조조의 본진이 있는 장안에서 한중으로 보급품을 보내려면 그 높은 산맥을 넘어야 했습니다. 쌀 한 가마니를 한중으로 보내면, 운송 부대원들이 가는 길에 다 먹어서 정작 한중에 도착할 때는 몇 되 남지 않을 정도로 보급 지옥이었습니다.
반면 유비는 이미 한중의 험한 요새들을 선점하고 굳건히 수비하고 있었기에, 조조가 무리해서 공격해 봐도 군사만 잃고 소득이 없는 교착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 2. 버리기는 아깝다 (유비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
그렇다고 한중을 그냥 포기하고 철수하자니, 유비가 이 지역을 발판 삼아 조조의 심장부인 중원으로 치고 올라올 게 뻔했습니다. 한중은 조조의 영토(위나라)와 유비의 영토(촉나라)를 가르는 최전방 방어선이었기에, 체면 구겨가며 그냥 내주기엔 안보적 리스크가 너무나 컸습니다.
### 암호를 간파한 천재 참모 '양수'의 죽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어느 날 밤, 조조는 막사에서 저녁 식사로 나온 닭국을 먹고 있었습니다. 마침 탕에 들어있는 닭 갈비를 보며 자신의 처지와 똑같다고 생각하던 중, 장수 하후돈이 들어와 "오늘 밤 군대 내에서 사용할 암호(군호)를 무엇으로 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조조는 멍하니 닭 갈비를 바라보며 툭 던지듯 말했습니다.
> **"계륵(鷄肋)이라고 해라."**
>
명령을 전달받은 장수들은 이 뜬금없는 암호의 뜻을 몰라 어리둥절해했습니다. 하지만 조조의 참모이자 머리 회전이 빨랐던 **양수(楊修)**만큼은 예외였습니다. 그는 군호가 '계륵'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승상께서 곧 철수 명령을 내리실 것이다"**라며 조용히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 이유를 묻자 양수가 답했습니다.
> "닭의 갈비는 먹으려 하면 먹을 살이 없고, 버리려 하니 아까운 법이오. 지금 승상께서는 한중을 유비에게 내주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계속 지키고 있자니 피해가 커서 철수하고 싶어 하시는 것이오. 마음의 결정을 내리신 게지."
>
이 소동을 알게 된 조조는 자신의 속마음을 너무 정확하게 꿰뚫어 본 양수에게 전율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가뜩이나 평소에 똑똑한 척을 하며 조조의 미움을 받던 양수는, 결국 **'군심을 어지럽히고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죄목으로 그 자리에서 처형당하고 맙니다.
결과적으로 조조는 양수를 죽인 직후, 양수의 말대로 한중에서 군대를 거두어 장안으로 철수했습니다. 이 패배로 한중을 완벽히 손에 넣은 유비는 마침내 '한중왕(漢中王)'의 자리에 오르며 인생 최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