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야기 나눈 포사도(褒斜道)와 함께 촉나라(사천성)로 들어가는 고대 촉도(蜀道)의 핵심 줄기이자, **‘금똥을 누는 소’라는 황당하고도 치밀한 심리전**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도로입니다.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강대국이었던 진(秦)나라가 풍요로운 촉(蜀)나라를 집어삼키기 위해 판을 짜놓은 역대급 낚시의 결과물이죠. 그 유래를 따라가 봅니다.
## 황금에 눈먼 왕과 진나라의 계책
당시 진나라의 혜문왕은 촉나라를 정복하고 싶었지만, 사방이 거대한 암벽과 산맥으로 가로막혀 군사를 보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때 촉나라의 왕(개명왕)이 **지독하게 욕심이 많고 어리석다**는 약점을 입수하고 기발한 계책을 냅니다.
* **금똥을 누는 돌소 (금우, 金牛):** 진왕은 장인들을 시켜 거대한 돌소 다섯 마리를 조각하게 한 뒤, 소 꼬리 밑에 진짜 황금을 살짝 흩뿌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사방에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진나라에 매일 황금 똥을 누는 신비한 돌소가 나타났다!"*
* **스스로 호랑이 길을 열어준 촉왕:** 소문을 들은 촉왕은 황금 소를 갖고 싶어 안달이 났고, 진나라에 소를 보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진왕은 기다렸다는 듯 답했습니다. *"기꺼이 드리리다. 다만 소가 너무 무겁고 길이 험해 보낼 수가 없으니, 그쪽에서 소가 올 수 있는 길을 닦아주시오."*
* **오정(五丁)의 비극:** 눈이 먼 촉왕은 나라에서 가장 힘이 센 다섯 명의 장사(오정)와 수많은 백성을 동원해 험한 바위산을 깎고 절벽을 뚫어 대로를 완성했습니다. 이 장사들이 황금 소를 끌고 오기 위해 만든 길이라 하여 **'금우도(金牛道)'**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 황금 소 대신 밀고 들어온 대군
길이 뚫리자 촉왕은 기뻐하며 황금 소를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타고 들어온 것은 황금 소가 아니라, **진나라의 명장 사마착이 이끄는 정예 대군**이었습니다.
험난한 천혜의 방어벽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허물고 고속도로를 깔아준 꼴이 된 촉나라는, 밀고 들어오는 진나라 군대를 막지 못하고 허망하게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적군에게 침공 루트를 직접 서빙해 준 셈**입니다.
> **삼국지 속 금우도의 무대: 검각(劍閣)**
> 이 금우도가 삼국지 매니아들에게 익숙한 이유는, 이 길의 중간에 촉나라 최고의 요새인 **'검각(검문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삼국지 후반부, 위나라의 종회가 10만 대군을 몰고 촉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내려왔을 때, 촉나라의 명장 **강유**가 끝까지 가로막고 우주 방어를 펼쳤던 그 험준한 관문이 바로 이 금우도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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