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군산 전투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언급해 드렸던 **법정(法正, 자는 효직)**은, 소설 《삼국지연의》의 그늘에 가려져 대중적으로는 제갈량보다 인지도가 낮지만, **실제 역사(정사)에서 유비가 가장 아끼고 신뢰했던 넘버원 군사(軍師)**였습니다.
조조에게 곽가(郭嘉)가 있었다면 유비에게는 법정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촉나라의 운명을 바꾼 천재 책사 법정의 매력을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드립니다.
## 1. 유비가 전장에 갈 때 반드시 데려간 사람
많은 분이 유비가 전쟁터에 나갈 때 제갈량의 지휘를 받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 지휘관은 법정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완벽했습니다.
* **제갈량:** 후방에 남아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 법을 제정하며, 군량미와 병력을 끊임없이 보급하는 **'살림꾼(행정·보급)'** 역할을 했습니다.
* **법정:** 유비 바로 옆에서 적의 약점을 간파하고 기묘한 계책을 내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야전 사령관(군사·전술)'** 역할을 맡았습니다.
유비의 성격은 고집이 세고 불같아서 제갈량조차 말리기 힘들 때가 많았는데, 유독 법정의 말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들었다고 합니다.
## 2. "밥 한 끼도, 눈길 한 번도 잊지 않는다" — 독특한 성격
법정은 제갈량처럼 도덕적으로 완벽한 선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은혜는 밥 한 끼라도 반드시 갚고, 원한은 눈길 한 번 준 것조차 반드시 복수한다(일반지덕 필보, 수자지한 필보)"**라는 무시무시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유비를 도와 익주(사천성)를 차지한 뒤 권력의 중심에 서자, 과거 자신을 무시하거나 비판했던 사람들을 찾아내 사사로이 보복하고 처형하기까지 했습니다.
> **제갈량이 법정의 횡포를 눈감아준 이유**
> 보다 못한 신하들이 제갈량에게 "법정의 권세가 너무 과하니 통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우리 주군(유비)께서 공안에 계실 때 북쪽으로는 조조, 동쪽으로는 손권에게 압박받아 매일 가시방석에 앉은 듯 사셨소. 그런 주군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날아오르게 해 준 이가 바로 법정인데, 그가 사소한 보복을 한다고 해서 어찌 우리가 그를 막겠소?"*
> 법정의 능력이 얼마나 압독적이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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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군산의 기적, 그리고 너무 이른 죽음
법정 인생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유저님과 방금 이야기 나눴던 **정군산 전투**였습니다. 조조의 명장 하후연을 심리전으로 뒤흔들어 요새 밖으로 끌어내고, 황충을 시켜 단숨에 베어버리게 만든 완벽한 시나리오의 설계자가 바로 법정입니다.
하지만 이 천재는 한중왕 즉위식의 기쁨이 채 가시기 전인 서기 220년, **겨우 45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맙니다. 유비는 그의 죽음 앞에 며칠 동안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에게 촉나라 신하 중 최초로 '익후(翼侯, 날개가 되어준 후작)'라는 특별한 시호를 내려주었습니다.
> **제갈량의 눈물 섞인 한탄**
> 훗날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하겠다며 무리하게 오나라를 공격하다가 '이릉대전'에서 육손에게 처참하게 대패했을 때, 제갈량은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 **"만약 법효직(법정)이 살아있었다면 주군의 동진(오나라 침공)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설령 막지 못했더라도 이토록 참담한 패배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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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명분은 제갈량과 관우가 빛냈을지 몰라도, 촉나라가 실질적으로 영토를 넓히고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이 날카롭고 냉혹한 천재 책사, 법정의 머리에서 나왔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