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와닿았던 구절과 질문 속에 네 빛알이 오롯하게 담겨있는 걸 느꼈어요.
책 내용을 중간에 두고 만나면서
서로의 마음과 고민들이 진솔하게 그 안에 담기는 걸 느끼기도 했고,
눈길이 머물렀던 구절을 들으며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매 수업의 알맹이를 서로가 채워가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어떨 땐 차오르기도, 어떨 땐 고민이 되기도 하며 저에게도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서로가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도 참 재밌었습니다.
이어서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이어가요. ^^
6, 7장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빠와 엄마
★ 눈길 머물렀던 구절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 까닭
→ 나는 개성역에서 할머니가 마중 나와 송편을 줄 때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이 주목되었다. 특히 어릴 때는 집과 학교를 분리시키려는 성향이 있다. 근데 이런 상황처럼 묘한 접점이 되는 상황이 오면 부끄러운 감정이 된다. 유심히 관찰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 군수공장이라 매일 같이 야근을 하는 오빠는 자정이 가까워서나 돌아왔다. 엄마는 불안을 감추고 오빠는 염려 말라고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 문장에서 난 세 명이 모두 맘고생과 힘을 쓰고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오빠는 일터에서 일하고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엄마는 그걸 지켜보며 힘들어하는데 그걸 보는 어렸던 작가님?은 맘이 어땠을까... 셋 다 마음이 지칠 거 같다.
→ 163쪽에, ‘나는 왜 이럴까 싶은 반성와 우리 집안은 왜 이럴까 반발하는 마음이 반반씩이었다’라고 나오는데 나도 여러 가지 마음이 뒤섞여 들 때가 종종 있다. 내 진짜 마음이 뭔지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기 어렵다. 그럴 땐 주로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어진다. 반대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된 생각이 이어지지가 않아서 다른 것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 같다. 마음이 가라앉은 후에 진지하게 나한테 있는 마음이 뭐였을까...? 하고 곱씹어 보는 게 중요하다. 13년 동안 살면서도 내가 나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게 많은데 이렇게 생각하는 시간을 거듭하며 나를 더 알아가는듯 하다. 궁금한 마음 갖고 다가가야겠다.
→ 선생님이 체벌로 짝꿍끼리 마주보고 앉아서 서로의 뺨을 때리는 걸 시키셨는데 예전에 때리거나 심한 체벌 얘기를 들을 때 옛날엔 그랬으니까~ 생각정도만 했는데, 지금보니 정말 심했구나 느낀다. 아이의 엄마는 수더분하여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잘못을 고치는 과정에서 잘못을 하고, 내가 고쳐주겠다 하는 생각 때문에 사랑, 믿음 다 무시하고 오히려 분노만 심어주고 있다. 내 생각을 전할 때도 밀어붙이지 않고, 아무리 맞는 말이어도 그거로 힘들어 지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지.
★ 동무들과 나누었던 질문 중…
“오빠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정이 드는지.”
→ 처음엔 대단하다 싶었는데 자신도 잘 챙기면 좋겠다. 오빠의 씀씀이도 이해되지만 너무 안좋은 상황이 되면 가족과 자신을 위해도 좋겠다 싶다. 하지만 오빠는 자신의 상황을 잘 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 본인보다 남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남을 돌보느라 자신을 못 살피지 않을까? 상황과 상관없이 남을 돕는다는 모습이나, 스스로 만족하기 어려운 때라도 남을 챙기는 건 멋있는 것 같다.
→ 자신만 피해를 입어가면서 돕는 거라면 칭찬해주고 싶지만, 자기 뿐 아니라 곁에 사람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면 이상한 행동이다. 비판하고 싶다.
→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에 회사에서 짤리는 모습을 보며 독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럼에도 스스로 맞다고 여기는 걸 하는 건 좋은 것 같다. 소통이 필요하다.
8, 9장 고향의 봄, 패대기쳐진 문패
★ 눈길 머물렀던 구절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 까닭
→ 이번 8, 9장 읽으면서 엄마가 올케를 대하는 모습이 좀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왠지 못미더운가 싶더니 점점 걱정하고, 살피고, 사랑하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 안에서 어떤 마음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지치고 힘든 시기에 또 다른 생명에게 이렇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사랑을 하면 사랑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듯이 사람은 사랑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 같다. 힘든 시기일수록 받고는 싶은데 사랑하기 어렵다. 때에 맞게 견디고, 또 누군가에게 기대며 나에게 힘든 일도 잘 마주해야겠다. 책에서 주인공도 엄마의 새로운 면이 자랑스러웠다고 하는데 엄마의 여러 면이 있지만 사랑해야 할 때는 충분히 사랑하는 모습은 나도 닮고 싶다.
→ 오빠가 한 행동들이 기억에 남았다(직장이라든가). 저번 주에도 나눴는데 오빠의 마음은 누군가를 위하고 존중하는 걸 수 있겠지만 옆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그건 그냥 이기적인 거랑 다를 게 없다.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이 어떤 일을 생기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엄마와 주인공이 안타깝다.
10, 11장 암중모색, 그 전날 밤의 평화
★ 눈길 머물렀던 구절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 까닭
→ 나는 11장에 처음으로 좋아하는 선생님이 생겼다고 쓰여진 게 기억에 남았다. 가족과의 다툼이 조금씩 있었는데(오빠와 엄마) 그 사이에서 의지할 사람이 딱히 없었던 건가? 라고 생각했다. (학생 때는 크게 의지할 만한 사람이 부모님과 선생님인 거 같음) 그래서 박완서 작가님은 어렸을 때 그런 힘듦은 없었을까? 궁금하다.
→ 이번 10, 11장에서는 주인공이 말, 대화를 하기보다 생각하는 게 많이 나온다. 생각이 참 많은 시기인 것 같은데 이걸 보며 내 모습도 비추어보았다. 주인공이 여러 일을 마주치며 궁금해하고, 고민하고 또,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자신을 알아가는 데 나도 그런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고민들 때문에 힘들고 피곤하기도 하고 어렵고 벅차게 다가올 때도 있는데 그대로 이왕 마주한 거면 정성으로 대하고 싶다. 그 과정 속에서 곁에 있는 사람과도 깊어지는 시간이 되고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인 것 같다. 이 시간 귀하게 여기고 잘 만나가고 싶다는 생각 들었다.
→ 주인공이 영화관 간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이런 부분에서 재미 포인트를 잘 준다. 나도 이럴 때도 있고 공감이 갔다. 오랫동안 영화를 봐서 학교에서 교무실로 오라고 하는데,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도 선생님 집까지 찾아가는 게 왠지 알 것 같다.
→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많은 일을 겪어온 주인공을 보며 늘 안타깝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더 넓어지고 성숙해가는 계기이자 과정이었던 것 같다. 엄마도 오빠도 별일도 참 많게 산 것 같은데, 그 속에서 자기 주체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게 책이나 글의 힘인 것 같다. 수많은 것들 중에서 자아와 개성을 찾아가는 건 중요한 것 같다.
12장 찬란한 예감
★ 눈길 머물렀던 구절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 까닭
→ 이번 장에서 6.25전쟁이 발발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이 국군과 인민군에게 왔다기 갔다기 수복되면서 죄없는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 전쟁은 참혹하다. 니편 내편을 나누기 때문에 중간에 끼면 새우등 터지고 어쩔 수 없이 한편에는 미움을 산다. 너와 나를 구분짓지 않고 화합해 갔으면 좋았겠다.
→ 이번장은 주인공에게 가장 큰 시련, 고통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자신에게도, 주변 이들 한명 한명에게도, 나라 전체에도 불안이 내려앉은 힘든 시기였다. 내가 주인공이었더라면 어땠을까? 떠올려 봤는데 나라면 솔직히 주인공처럼 못했을 것 같다. 여러 감정과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 사람들이 나를 다 싫어하고 가족이 죽고, 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주인공을 받아들이고, 그냥 살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마음 씀씀이가 대단하고 멋지면서도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이번 장보며 피난민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는 글이 기억에 남았다. 각자의 상황과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이 되고 안타까웠다. 겁이 났던 주인공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피난민은 그 상황 자체가 안타까운데 자신이 무서운 존재가 된다는 게 안타까웠다.
★ 동무들과 나누었던 질문 중…
"6.25 전쟁 때 어땠을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 고발, 밀고하는 상황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참 슬프다.
→ 피란가서 국군이나 인민군한테 말하기도 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사상'이라고 하는 게 핑계일 수 있겠다. 도구처럼.
→ 고발, 밀고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그 사람들의 자리에 있었더라면 달랐을까? 싶다. 정의감이라는 것도 대단하지만, 나라면 도망하고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친구를 고발하기도 했을 것 같기도 하다.
→ '내가 해야될 게 무엇일까?' 질문하면 좋겠다. 괜찮지 않은 상황에서 괜찮으려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앞서서 싸워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이 상황 자체를 바라보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갈무리 하며 -
* 지금까지 하다 보니 우리 학년이 작년이랑 수업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생각됐다. 작년에는 꽤 톡톡 튀고 시끄러우면서도 어떨 때는 진지했는데, 올해는 꽤 조용하고 가끔 들뜨는 느낌이다. 그리고 책 읽고 나누면서 질문하고 기억에 남는 거 쓰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사람이 읽을 때 무슨 마음으로 읽었는지 알 것 같은,..? 살짝 아쉬운 건 시간이 짧아서 1,2번 읽고 서로 생각 나누면 수업이 끝인 거다. 좀 더 다양하게 여러 주제를 해보고 싶다.
* 매주 시간을 내서 책 읽고 써야 되는 숙제라니 마음 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 같이 숙제한 내용들 나누니 수업이 풍성해지는 걸 느꼈다. 흔치 않은 일인데, 내가 하는 숙제가 직접적으로 의미 있는 걸 느껴서 원래라면 불평할 숙제도 기어이 해가려고 한 것 같다. 수업 시간도 형식적으로 굳어있지 않고 책은 그냥 하나의 장일뿐이고, 우리가 곧 수업을 만드는 기분이었다. 작년 우리말 시간 때 아쉬움을 완전히는 아닐 수 있지만 이번 해 수업으로 조금은 달라진 듯하다.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게 선생님이 꾸려서 인 것도 있지만, 우리가 평소 마음을 자연스레 털어놓는 게 보인 게 좋았다.
책도 평범하진 않은 내용들이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읽을 때마다 소설이 아닌 그 작가의 삶을 깊이 파고들며 만나는 기분이 더 컸던 것 같다.
* 2학년 봄학기 수업에서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공부했다. 소설이 감정이나 마음에 되게 충실해서 지금 나나 과거의 나도 연관 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마음이나 옛날의 모습 같은 걸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확실히 최근 책은 아니다보니 어려운 단어도 있고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우리 말에 대한 이해나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것 같다.
책에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고 누구에게 몰입되다가 다시 다른 인물에 마음이 갈 때가 있었다. 확실히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눌 수 없다는 걸 오빠나 엄마를 보며 많이 느꼈다. 제3자의 입장으로 보는 연습을 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일상에서는 자꾸 나의 시선이나 이해관계에 갇히게 되는데, 소설에서는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총평은 솔직히 지루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몰입감이 엄청나고, 표현들이 참신해서 읽을 ‘맛’ 났다. 좋은 시간 고맙습니다.
* 이번 봄학기 우리말 수업 때는 주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책을 토대로 했다. 물론 책 내용도 재밌었지만 그것에 빗대서 서로 경험을 얘기해주는 시간이 즐겁고 풍성했다. 내가 보지 못한 시선, 느끼지 못한 마음들 들으며 새롭고 좋았다. 기억에 남는 것도,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다 다른 덕에 서로 더 알아가는 시간 가질 수 있었다. 박완서 선생님의 삶 이야기와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책이어서 사건, 사람, 감정 하나하나가 더 와닿고 공감이 많이 됐다. 이러면서 잘 나타나지 않던 나의 마음도 더 알게 됐다. 공감이 안됐던 거는 그것대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고 한 번 더 고민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 소설 하나로 다섯 명의 사람을 더 깊이 알게 되고 나눌 수 있다는 게 소중하고 좋았다. 시간이 진짜 금방 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만큼 알차게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