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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은 권력을 탐하면 안 된다

작성자배성근|작성시간26.06.08|조회수11 목록 댓글 0

문인은 권력을 탐하면 안 된다
― 문인은 시대의 선비다


문학은 본래 권력과 일정한 긴장 관계 속에서 존재해 왔다. 권력은 질서를 유지하고 사람을 통치하려는 속성을 가지지만, 문학은 그 질서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인간의 고통과 진실을 드러내려는 속성을 가진다. 따라서 문인이 권력에 지나치게 가까워질 때 문학은 비판 정신을 잃고, 권력의 언어를 반복하는 장식품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다.

우리 역사에서 선비는 단순히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선비는 학문과 양심을 바탕으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벼슬을 하더라도 권력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았고,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 왕에게 직언했으며, 때로는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자신의 뜻을 지켰다.

선비정신의 핵심은 권력이 아니라 공공의 가치와 도덕적 책임에 있었다. 문인 역시 마찬가지다. 문인은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다. 언어는 진실을 드러낼 수도 있지만 진실을 가릴 수도 있다. 문인이 권력의 편에 서서 언어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문학은 생명력을 잃는다. 시는 찬가가 되고, 소설은 선전물이 되며, 비평은 아첨이 된다. 그 순간 문인은 창작자가 아니라 권력의 대변인이 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에 협력한 문인들은 당대에는 화려한 명성과 지위를 누렸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시대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 했던 문인들은 생전에 가난과 탄압을 겪었더라도 후대의 존경을 받았다.
문학의 가치는 권력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용기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도 문인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진실은 오히려 쉽게 왜곡된다. 언론과 정치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때 문학은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다. 문인은 대중의 환호나 권력의 보상보다 자신의 양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문인이 정치적 의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문인이 특정 권력에 예속되는 순간 독립적인 비판 정신은 약화된다. 문학은 어느 정파의 소유물이 될 수 없으며, 어느 권력의 하청기관이 되어서도 안 된다. 문학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된 문인은 시대의 풍향계가 아니라 시대의 양심이다. 권력이 강할수록 더욱 독립적이어야 하고, 여론이 한쪽으로 쏠릴수록 더욱 냉정해야 한다. 선비가 붓으로 시대를 바로 세우려 했듯이 문인 또한 언어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문인은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을 성찰하는 사람이다.

문인은 권력의 곁에서 박수를 치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의 그림자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문인이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권력이 아니라 양심이며, 그 양심의 이름이 바로 선비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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