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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백두산을 오른 동창, 그리고 단톡방의 시간

작성자배성근|작성시간26.06.18|조회수49 목록 댓글 0

[수필]백두산을 오른 동창, 그리고 단톡방의 시간

 

 

부곡중학교 24회 졸업 동창들의 소통을 위해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오래된 기억을 이어 붙이는 작은 공동의 생활 공간이다. 이름 몇 줄만으로도 웃음이 터지고, 오래된 사진 한 장으로도 젊은 시절이 되살아나는 곳이다. 시간은 흘러 각자의 삶은 달라졌지만, 이 작은 방 안에서는 여전히 같은 교실의 온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단톡방에는 다양한 삶의 궤적이 모여 있다. 누군가는 여전히 직장에서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누군가는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공통점은 하나다. 한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소식은 단순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동의 기억을 흔드는 작은 사건이 된다.

 

최근에는 동창회 회장인 신용정 동창이 백두산을 오른 사진을 올렸다. 하얀 바람이 몰아치는 정상 위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여행 기록을 넘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사진 한 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긴 시간과 거리, 그리고 삶의 결이 함께 담겨 있었다.

 

잠시 방 안은 조용해졌다. “좋다”, “대단하다”는 짧은 말들이 이어졌지만, 그것들은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말보다 먼저 침묵이 자리했다. 각자는 화면 앞에서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며, 그가 걸어 올라갔을 길과 바람의 온도를 상상하고 있었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언제나 의미를 가진다. 지리산이나 한라산처럼 비교적 접근 가능한 산은 마음만 먹으면 오를 수 있지만, 백두산은 다르다. 국경을 넘어야 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 모두가 존재하는 산이다. 그 거리감이 오히려 이 산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동창 신용정 친구는 한때 창원 KBS 방송국에서 근무하며 오랜 시간을 조직의 리듬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몇 해 전 퇴직을 한 뒤에는 자연인처럼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일상의 규율에서 벗어나 자연과 시간에 더 가까워진 삶, 그 변화의 연장선에서 백두산에 올랐을 그의 모습은 어쩐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백두산은 단순한 자연의 산이 아니라 상징의 산이다. 역사와 기억, 기원과 민족적 서사가 겹겹이 쌓여 있는 장소이기에, 그곳에 오른다는 것은 개인의 여행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그의 사진 한 장은 개인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공동의 감각을 흔드는 장면이 된다.

 

단톡방 안에서는 각자의 반응이 달랐을 것이다. 누군가는 부러움으로 바라보았고, 누군가는 담담히 넘겼으며, 누군가는 말없이 화면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남은 것은 하나였다. 아직 누군가는 저 먼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같은 기억의 끈 위에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었다.

 

대화는 곧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날씨 이야기, 건강 이야기, 사소한 농담들이 화면을 채웠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오래 남아 있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백두산 정상 위, 홀로 서 있던 한 사람의 모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은 채, 단톡방 속 시간의 결을 조용히 붙잡고 있었다.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5월인대도 눈이녹지 않은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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