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청암 배성근
커피잔이 둥근 입술을 내밀고
오후를 한 모금씩 삼킨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검은 심장을 두근거리며
향기로운 숨을 토해내고
갓 갈린 원두들은
작은 발을 달고 뛰어나와
공기 속에 갈색 길을 낸다
창가에 앉은 햇살은
의자 하나를 차지한 채
커피 향과 수군거리고
벽에 걸린 시계는
시간을 가리키는 대신
사람들의 웃음을 모아
분침 끝에 매단다
찻잔이 아닌 커피잔들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서로의 마음을 비춰 보고
향기는 천장을 따라
사부작 사부작 걸어 올라가다
구름이 되어 머물고
말들은 따뜻한 김을 타고
낯선 새가 되어
테이블 사이를 맴돈다
저 자리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한 알의 원두가 품고 있던
먼 나라의 햇빛과 비,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시간을
천천히 우려내어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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