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청암 배성근
식당 한쪽 구석 자리
말없이 밥을 먹는
한 중년 남자를 보았다.
맞은편 의자는 비어 있었고
숟가락과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만
조용히 식탁 위를 오갔다.
그는 누구를 기다리는 듯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고,
누군가와 헤어진 사람처럼 보였으나
아무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웃음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는 국 한 술 떠 입에 넣고
천천히 하루를 씹고 있었다.
창밖으로 저녁이 지나가고
유리창에 비친 그의 모습은
마치 긴 세월을 등에 진
한 그루 나무 같았다.
젊은 날의 꿈도
가족을 위해 견뎌낸 시간도
말하지 못한 사연들도
주름진 어깨 어디쯤에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혼자 먹는 밥은
반드시 외로움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누군가는 그리움을 품고
누군가는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기 위해
혼자 밥을 먹는다
그 중년 남자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빈 그릇을 비우고 일어서는 뒷모습에서
나는 보았다.
고독보다 깊은 책임과
쓸쓸함보다 단단한 삶의 힘이 보였다
그날 저녁
그가 먹은 것은 밥 한 끼가 아니라
묵묵히 살아낸
한 사람의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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