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매실 향기 속에 익어가는 사랑
청암 배성근
오늘은 아내와 함께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마침 탐스럽고 싱싱한 매실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와 상의 끝에 20kg을 구입했다. 10kg은 매실액기스를 담그고, 나머지 10kg은 장아찌를 담기로 했다.
매실액기스는 우리 집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식재료다. 음식의 맛을 부드럽게 해주고 소화에도 도움을 주어 상비약처럼 사용한다. 장아찌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밑반찬이다. 잘 담가 두면 온 가족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특히 아내는 저염식을 해야 하는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 때 매실액기스를 자주 사용한다. 짠맛은 줄이고 풍미는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매실을 담그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틀 동안 매실과 씨름하며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했다. 먼저 깨끗한 물에 여러 차례 씻고 식초를 푼 물에 담가 두었다가 다시 맑은 물에 헹구었다. 그리고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과정을 거쳤다. 음식은 결국 정성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가장 힘든 작업은 매실 씨앗을 빼는 일이었다. 단단한 씨를 하나하나 제거하는 일은 많은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손끝이 아프고 허리도 뻐근했지만 그 일만큼은 내가 맡기로 했다. 늘 가족을 위해 애쓰는 아내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씨앗을 모두 제거한 뒤에는 아내가 적당한 크기로 매실을 썰었다. 장아찌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라 아내의 손길은 더욱 세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둘째 딸도 자연스럽게 다가와 일을 거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가족이 함께하는 일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덕분에 작업은 한결 수월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매실을 손질하며 문득 아내에 대한 감사가 더욱 깊어졌다. 내가 아내에게 고마운 이유는 단지 오늘의 매실 때문만은 아니다. 아내는 작년 여름 자신의 신장을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러나 더욱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이후의 시간들이다.
아내는 늘 가족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간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살핀다. 그 마음은 특별한 날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밥상 위에서 조용히 이어진다. 가족을 위한 사랑이 음식이 되고, 반찬이 되고, 건강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이다.
이번에 담근 매실액기스와 장아찌 역시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깨끗이 씻고, 물기를 말리고, 씨를 빼고, 썰고, 담그는 모든 과정 속에 가족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다. 시간이 흘러 숙성된 매실을 꺼내 먹을 때면 그 맛 속에서 아내의 정성과 딸의 웃음, 그리고 함께 땀 흘리던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매실 한 알에는 햇살이 담겨 있고, 그 햇살보다 더 따뜻한 가족의 사랑이 담겨 있다. 오늘도 그런 사랑 속에서 살아간다. 아내는 내게 신장 하나를 준 사람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사랑으로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감사한다. 그리고 늘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