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겨준 아픔
청암 배성근
총성이 멎은 지 오래인데
바람은 아직도 그날의 이름을 부른다.
산등성이에 스친 구름 한 점도
돌아오지 못한 젊은 날을 품고 흘러가고,
들꽃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피어나지만
땅속 깊은 곳에는
눈물로 젖은 시간이 잠들어 있다.
어머니의 기다림은
주름진 손등 위에 남아
해마다 봄을 맞고도
끝내 돌아오지 않는 발자국을 헤아린다.
형제를 잃은 강물은
말없이 바다로 흘러가고,
전쟁은 끝났어도
상처는 세월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아픔의 폐허 위에서도
사람들은 다시 씨앗을 뿌리고
무너진 담장 곁에 꽃을 심으며
희망이라는 이름의 집을 지었다.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평화의 소중함까지는 빼앗지 못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고요한 하늘은
그날의 희생이 남긴 마지막 선물,
그래서 우리는 기억한다.
잊지 않기 위해,
다시는 같은 슬픔이
이 땅에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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