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사람
청암 배성근
사람 냄새는
잉크보다 진해서 지워지지 않는다.
잘 다듬어진 시어보다
먼저 묻어오는 것은
구겨진 손끝에 남은 하루의 체온이다.
문인은 책상 앞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시장 골목의 먼지가
주머니 속 동전을 흔들며 말을 걸고,
버스 창문은
흘러가는 풍경들을 주워 담아
그의 가슴에 몰래 심어 놓는다.
좌판 위 시금치는 푸른 혀를 내밀어
살림의 무게를 중얼거리고,
상인들의 한숨은
낡은 지붕 끝에 매달려
저녁마다 바람을 흔든다.
비문이라 불린 말들 속에는
사전이 모르는 꽃들이 피고,
수정되지 않은 문장들은
맨발로 골목을 걸으며
눈물을 흘리고 웃음을 주워 담는다.
때로 쉼표는 지친 무릎을 펴고 앉아
세상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마침표는 늦은 밤 골목 어귀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야기들을 기다린다.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은
사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 속에 살아 있는 시간을 받아 적는다.
결국 그는 문장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사람으로 남는다.
그리고 오래도록
누군가의 가슴에서
따뜻한 체온으로 읽힌다.
[작가노트]
문학은 화려한 수사나 정교한 문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삶의 현장에서 묻어나는 땀 냄새와 사람의 체온이 스며들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장이 된다.
이 시는 문인이란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 곁에 서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시장의 소란, 버스 창가의 흔들림, 상인의 한숨과 같은 평범한 일상 속에는 어떤 문학 이론보다 깊은 삶의 진실이 숨어 있다. 나는 그 진실을 ‘사람 냄새’라는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했다.
시 속에서 먼지와 창문, 쉼표와 마침표가 움직이고 말하는 것은 문학이 결코 책상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또한 ‘한 권의 사람으로 남는다’는 표현에는 좋은 문장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결국 문학의 출발점도 사람이고, 도착점도 사람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문장은 남을 수 있어도 문학은 남을 수 없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