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짧게 쓴다고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짧은 문장이 넘쳐나는 시대다. 스마트폰 화면에 몇 줄 적어 올리면 많은 사람이 그것을 시라고 부른다. 물론 짧은 시도 훌륭한 문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짧다는 이유만으로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는 글자 수가 아니라 언어의 밀도로 말한다. 한 편의 시에는 시인의 삶과 사유, 감정과 통찰이 녹아 있어야 한다. 단어 하나에도 의미가 응축되어 있고, 행과 행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여백의 울림이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내면의 깊이 없이 단순히 문장을 잘라 배열한 것만으로는 시의 본질에 다가가기 어렵다.
좋은 시는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보여주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은유와 상징, 이미지와 리듬은 시의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러한 문학적 장치들은 하루아침에 익혀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독서와 창작, 그리고 치열한 자기 성찰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언어로 체화된다.
우리 문단에는 오랫동안 시를 공부하며 언어를 다듬어 온 시인들이 많다. 그들은 수없이 퇴고하고, 선배 문인들의 작품을 읽고, 문학 이론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했다. 좋은 시가 쉽게 탄생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는 순간의 감상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사유와 노력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에는 정답이 없다. 형식 또한 다양하다. 그러나 형식의 자유가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형식일수록 더 깊은 이해와 높은 수준의 언어 감각이 요구된다. 기본기를 갖춘 뒤의 자유와 기본기 없는 자유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문학은 재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재능은 씨앗에 불과하다. 그 씨앗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독서라는 햇빛, 성찰이라는 물, 공부라는 토양이 필요하다. 시 역시 마찬가지다. 시를 사랑한다면 먼저 시를 공부해야 한다. 좋은 작품을 많이 읽고, 언어의 결을 익히고, 삶을 깊이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짧게 쓴다고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는 분량이 아니라 깊이이며, 형식이 아니라 정신이다. 한 줄의 시에도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길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언어는 독자의 가슴에 오래 머무는 진정한 시가 된다.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