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장희한
나는 작은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어요
책은 아주 오래 간직한 책이라
색깔이 바래져 있고 겉은 너덜너덜해요
책장을 넘기면 봄을 맞는 눈들이 있고
천수답 논두렁으로 잔대를 캐는 동공들이 반짝이고 있어요
계절 따라 꽃이 피면 꽃 따라 놀기도 하고 나비가 되기도 했어요
책은 본래 만들어질 적에 값싼 선화 지로 만들어졌는가 봐요
언제 색은 변했는지 몰라요
책이란 어느 책이든 조금은 여백을 남겨두고 있답니다
내 책도 그런가 봐요
몇장의 여백이 있는데 그 여백이 얼마나 되는지 나도 모른 답니다
그 여백을 조금은 남겨두는 것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