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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호메로스작품

일리아스 책거리를 마치고

작성자서창호|작성시간03.11.22|조회수48 목록 댓글 0
한권의 장서를 마감하였습니다. 대충 훑어본 사람, 하나 하나 글귀를 세어갈 정도로 샅샅이 읽은 사람 등 그 모양새가 여럿이지만, 공동으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밤이 깊어가는 시점에서 저를 흐뭇하게 합니다.

오후 3시경에 라수진선생님과 장을 보러갔습니다. 정은희선생님이 순대를 먹고 싶다고 하고, 포도주나 샴페인이 더 흥을 돋굴 것이라 하여 그것을 준비하러 갔습니다.
물론 장보면서 걸치기 식 시식을 했더랬습니다. 그때문에 배가 불러 책거리장에서는 많이 먹질 못했습니다.

가장 먼저 오신 분은 이자화선생님입니다. 분철된 책이 유리테이프로 다시 합철된 것을 보고, 그동안 너덜해질 정도로 읽어내려간 책, 곳곳에 밑줄이 그어진 모습을 보니 뭉클함마저 들었습니다. 책읽은 역사가 고스란히 배인 이자화선생님의 책은 그것으로 대단한 가치를 뿜어냈습니다.

오늘은 아킬레우스에 대한 회원들의 반격이 많았습니다. 그의 잔인한 복수극은 분노의 끝이 없다는 결론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강변에서의 살륙이나 헥토르 시신의 처리, 파트로클로스의 매장의식 등은 모두 아연실색할 정도로 잔인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헥토르의 죽음 앞에 아버지, 어머니, 아내의 절규와 비탄은 책을 읽을 때마다 깊은 감동을 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첫번에 이 부분을 읽을 때 아내 안드로마케의 비탄에서 아주 많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호메로스는 프리아모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찾으러 아킬레우스에게 밤중에 방문하는 것으로 일리아스를 끝맺었습니다. 이 책의 전체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살육을 자행할만큼 큰 분노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참을 수 있었던 것을, 당시에는 참지 못해 두고 두고 후회하는 일을 누구든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단련이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 우리를 다독거려주고, 현명해지도록 자극해주는 친구를 두는 일이 중요함을 알게 됩니다.
아마도 '착함'으로 대표할만한 파트로클로스는 어려서 놀이하다가 '욱'하는 마음에 한대 친 것이 그대로 아이를 죽이는 살인행위가 되었던 것이 그의 이후의 생애를 좀더 겸허하고 절제하며 살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두가 일리아스를 통해 나름대로 상당한 교훈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삶에서 바르다고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헌신의 삶이 필요할 것입니다. 조금씩 그러한 방향을 지속하려 할 때 내 삶이 개선되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영향을 입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자신의 일에 빠져서 미처 오뒷세이아를 주문하지 못했습니다. 서둘러서 모두가 다음 책 오뒷세이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추위가 맹렬해지려는지 오늘은 바람이 사납고 차가웠는데도 지적 열정을 가지고 파이데이아에 참석해주신 회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책거리 준비에 부산했던 한때를 보낸 총무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계속된 지적 열정을 이어가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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