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숲속여행, 치악산 둘레길
번쩍번쩍 빠름을 실감케 하는 세월따라 흐르는 강물도, 흐르는 시간도 잡을 수 없다. 후다닥 너무 빨리 변하고 지나간다. 어느새 5월도 끝자락으로 달리고, 황량했던 논도 모내기로 채워지고, 싱그러운 초록도 금새 녹음으로 치닫는 느낌.
우중산행(雨中山行)이 예고된 상황, 우비도 준비하고 치악산 인근에 도착하니 정각 10시쯤, 주룩주룩 비가 와 심란하지만, 초록의 숲엔 스멀스멀 청량함이 넘치누나.
오늘 치악산 둘레길 2코스는 '구룡길'이라 불리운다. 소초면 흥양리 '제일참숯'에서 학곡리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까지 연결되는 약 7km에 이르는 치악산 자락에 있는 우중 낭만 산행이라 할 수있다. 풍광 좋고 울창한 숲이 우거진 핫 스폿인 셈이다.
본래 치악산(雉岳山)은 가을철 단풍이 붉고 아름다워 적악산(赤岳山)으로 불렀으나, 훗날 '꿩의 보은(報恩)' 설화가 더해지면서 꿩 '치(雉)'자른 써서 치악산으로 변경 됐단다.
아울러 둘레길은 총 11코스에다가 자그마치 123km에 이른다. 미상불 장대한 산세가 놀라울 뿐이다.
이 곳 둘레길은 기존의 등산로, 샛길, 임도, 둑길, 옛길, 마을길 등을 연결해서 조성해놔 사람과 자연이 호흡하며 소중한 숲을 보전하고, 역사와 문화, 생태계를 체험할 수있는 트레킹이라 할 수있다.
초입인 '제일참숯'은 가마에 불을 지펴 숯을 만드는 공장을 의미한다. 대체로 완만한 숲길, 빗줄기에 젖은 계곡물 소리, 큰 계곡을 아니지만, 초록의 숲과 어우러져 청량감이 넘치더라
사실상 '구룡길'은 학곡리 일대 주민들이 장터나 학교를 오가기 위해 넘나들던 옛길일진대, 새 도로가 뚫리면서 옛길을 이용치 않으니 숲길은 희미해지고 원시림처럼 무성해질 수밖에...
일행이 호젓한 구룡길을 걷는 내내 청정한 5월의 자연을 심신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정상쉼터(새재)' 800m 쯤 앞두고 꽤 가팔랐다. 둘레길이라 해서 그저 평탄한 산책길을 오산하면 안돼, 그렇다고 된비알은 아니지만 산자락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이 많아 만만치 않다.
이윽고 정상쉄터(689m)에 도착하니 넓은 공터가 반기고 안도의 한숨, 가랑비가 뿌리는 잔뜩 찌푸린 날씨속에 전망은 흐려 아예 포기상태이지만 비오는 날의 수채화 아닌가.
길섶에 이름모를 노란 야생화도 눈에 띈다. 잠시 티키타카 너스레떨며 이동간식을 취하고, 여하튼 쉼의 여유가 좋다.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 정상쉼터를 지나면서 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푸르름이 꽉찬 숲길, 한동안 금강송이 빼곡히 들어선 숲길에 이어 지더니, 별안간 하늘 향해 쭉쭉 뻗어오른 잣나무 숲이 펼쳐진다.
"와, 도파민 팡팡!, 여기가 말로만 듣던 치악산 잣나무 숲이구먼, 장관일세"
"규모가 얼마나 될까? 탄성이 절로 난다"
일행은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숲속에서 힐링하며 안구정화하다 보니, 계곡낀 산기슭 아래 차가 다니는 아스팔트에 다다랐다.
계곡옆으로 가지런하게 캠핑장이 늘어서 있더라.
한여름엔 탐방객들로 북적이겠지...
5월의 초록빛, 방울방울 흠뻑 내린 빗속의 낭만 산행인지라 애틋함이 묻어난다.☂️
산은 오롯이 침묵이 답. 세월이 흐르는 건 아쉅지만, 초여름을 메이크 업하면서 산타기로 건강 한수푼을 채울 수 있으니 감사한 일 아닌가.
정답이 없는 인생길,
산을 사랑하는 山友들과 소소하니 담소화락(談笑和樂)하며, 내가 선택한대로 갈 때까지 가보자.
어차피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거니까.... 🍒
(조약돌 철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