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검단산 소확행의 맛!
벌써 5월의 끝자락, 오락가락하는 안개비에 잔뜩 찌뿌린 날씨, 오늘은 '하남'으로 가출한다.
'小確幸', 비록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은퇴후 삶은 하루하루 한가로움과 느긋한 삶이 노후의 특권일진대,
백수 신세로 전락하니 미화(美化)한 용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전철 공짜 노인은 해가 거듭 할수록 잃을것도 없는 빈손이 딱이다.
소확행 등산 모임에서 해마다 도전하는 검단산은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좋고, 정상에서 팔당댐, 양평 두물머리 등 탁트인 전망을 즐길 수있는 핫플이다.
자고로 백제시대에는 왕들이 신(神)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산이었다. 드높은 정상에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 뿐만아니라 하남, 서울, 양평, 팔당호 일대의 아름다운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뚜벅이 소확행 일행은 '하남검단산역'에서 양평에서 전원생활하는 정종용회원과 접선, 심드렁하게 인사를 나누고, 발걸음을 옮긴다.
산길로 접어드니 다소 질퍽한 곳도 있고, 녹음이 짙어진 숲속의 나뭇잎, 풀포기엔 방울방울 잔뜩 물기를 머금고, 올듯말듯한 비, 희뿌옇게 서려있는 안개로 인해 뜨거운 햇살을 피해서 좋더라.
등로(登路)간 틈틈이 만나는 등산객들과 인사 나누며 오름을 시작한다. 초입은 비스듬한 오름길, 흐르는 땀방울을 훔쳐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다보니, '서유견문(西遊見聞)'의 작가이며, 일제시대 개화사상가로 유명한 '유길준' 선생 묘역에 도착했다.
잠시 쉬며 묘지를 둘러보고 목을 축인다.
이제 본격적인 산오름인가, 가팔라진다. 바윗길, 데크계단의 연속이다. 헉헉거리며 힘겹게 오르다 보니 '산스장(산과 헬스장의 신조어)'이 반긴다. 여기가 검단산 정상까지 중간지점인 모양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서로 토닥이면서 재정비할 시간을 갖는다.
시야는 비구름인지 안개인지 흐리멍텅한 가운데 숲길은 바위 투성이 연속이다. 한발 한발 조심이 최선일 수밖에....
숨가쁘게 끙끙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차례에 걸쳐 오르다보니 드뎌 전망대 포토존에 도착했다. 예쁜 정자도 있건만 5m 바로 앞까지 운무(雲霧)에 뒤덮힌 까닭에 하얀색 바다를 보는 듯 하구나.
12쯤 됐을까, 일행은 이 곳 정자에서 이동간식을 취하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허접한 간식일지라도 꿀맛이 따로없다. 주변이 몽글몽글 완전 하얀 안개 바다같은 느낌!
맛난 간식후, 산기슭을 돌고돌아 능선을 거슬러 산오름을 계속하니 검단산 정상이 반긴다.
드넓은 공터엔 전망대와 정상석이 눈에 띈다. 검단산(657m)은 백제시대 때 승려인 검단선사라는 분이 이 곳에 은거하였다 하여 검단산이라 불리게 됐단다.
인증샷을 하고나서, 점차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니 반대편 방향으로 흐릿하게 예봉산 정상에 둥그런 '강우레이더'와, 운길산을 비롯해 팔당댐, 두물머리가 아스라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일행은 지그재그 데크길따라 하산을 서두른다. 이 곳도 급경사길로 결코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전날 비가와서 빗길이라 숲길이 촉촉해 자칫 발을 잘못 디디다 실수하면 위험천만인 셈이다.
약수터를 지나니 웅장한 숲이 펼쳐진다. 잣나무, 낙엽송, 메타세쿼이아 등 다양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라
'현충탑' 방향으로 하산하고나니 오후 3시가 넘었더라, 약 7.3km, 4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약간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으나 우찌됐든 보약 한 재 먹은셈 치자, 그저 고단한 행복 아닐까 싶다.
일행은 뒷풀이로 힘듦을 이겨낸 보상(?)으로 정력을 보충할 염소탕으로 선정했다. 티키타카하면서 시끌벅적 막걸리 한 잔 찌끄리며 텐션 업, 건강 만땅, 도파민 팡팡!!
이제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다보니 돈, 명예, 사랑따윈 갈매기 꿈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젠장, 얼마 남지않은 선물같은 시간속에 토닥토닥 담소화락(談笑和樂)하면서 노후의 특권 맘껏 누려보자!
"人生 뭐 있나?"
(조약돌 철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