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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상문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빠스쩨르나크 - 군의관 지바고(До́ктор Жива́го) (역자 변경 재독서)

작성자그녀생각|작성시간26.06.06|조회수21 목록 댓글 0

"그렇죠, 아마도. 그가 내게 반감을 산 건 당연한 일이에요. 

우리는 그가 학살하고 파괴한 곳들을 지나왔으니까요. 

나는 징벌자인 험악한 군인이나 학살광 혁명가를 만나리라 예상했지만 그도 저도 아니었어요. 

어떤 사람이 예상을 배반하고 미리 형성된 관념과 어긋나는 건 좋은 거지요. 

어떤 유형에 속한다는 것은 그 인간의 종말, 그에 대한 단죄니까요. 

만일 그를 어떤 범주에 넣을 수 없다면, 그가 본보기가 아니라면 그에게서 요구되는 것의 반은 이룬 겁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서 자유롭습니다. 불멸의 씨앗을 획득한 거죠."

 

"그 사람은 당원이 아니라고들 하던데요."

 

"맞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가 뭘까요? 

그는 불운한 사람입니다. 나는 그가 불행한 최후를 맞을 거라 생각해요. 

자신이 불러온 악의 죄과를 치르게 될 겁니다.

혁명의 무법자들은 악당이어서가 아니라 탈선한 기관차처럼 통제를 모르는 기계장치여서 끔찍한 겁니다. 

스뜨렐니꼬프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미친 사람이지만, 그는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체험과 시련을 거치며 미친 겁니다. 

나는 그의 비밀을 모르지만 그에게 비밀이 있다는 건 확신해요. 

그가 볼셰비끼와 결탁한 것은 우연입니다. 

그들이 그를 필요로 하는 동안은 참아주고 길을 함께하겠지요.

하지만 필요가 다하면 그 즉시 그 사람 이전의 수많은 군사전문가들처럼 동정의 여지없이 내팽개치고 짓밟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틀림없어요."

 

"그럼 그가 살아날 길은 없나요? 예를 들어 도망친다면?"

 

"어디로요, 라리사 표도로브나? 그건 예전 짜르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죠. 

지금은 어디 시도나 하겠어요?"

 

"가엾어요. 당신 이야기를 들으니 그 사람에게 동정심이 일어요.

그런데 당신도 변했네요. 전에는 그렇게 격분해서 신랄하게 혁명을 비판하지 않았는데"

 

"중요한 건, 모든 것에 정도가 있다는 거예요, 라리사 표도로브나. 

이만큼 시간이 지났으면 이제는 뭔가에 도달했어야죠. 

하지만 분명해진 사실은 변화와 재편의 혼란만이 혁명을 추동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본성이라는 , 그들은 세계적인 규모의 일이 아니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세계의 건설, 과도기, 그것이 그들의 목적 자체입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배운 없고 능력도 없어요. 

그런데 당신은 끝없는 준비의 야단법석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압니까? 

준비된 확실한 능력이 없어서이고,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탓입니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태어나지, 삶을 준비하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체, 삶의 현상, 삶의 은총은 그토록 황홀하게 엄숙한 것을! 

그렇다면 어째서 삶을 미숙한 착상의 어린애 장난 같은 광대놀음으로, 체호프의 학생들의 이런 

미국 도주로 바꿔야 합니까? 

하지만 그만하지요. 이제 내가 물어볼 차례로군요. 

우리는 이 지방에 격변이 일어나던 날 아침에 이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당신도 그때 큰 곤란을 겪지 않았나요?”

 

==

 

하지만 첫째, 10월 이래로 이해되어온 총체적 개혁의 이상은 나를 타오르게 하지 않습니다. 

둘째, 이 모든 것은 아직 실현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나같이 그것들을 논의만 하는 데에도 이런 피바다를 대가로 치렀으니,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진 못하겠지요. 

셋째, 이게 중요한데, 삶의 개조라는 얘기를 들으면 나는 자제력을 잃고 절망에 빠집니다.

삶의 개조라니! 

그런 주장은 갖가지 삶을 보았어도 한번도 삶을 알지 못한 사람들이나 있는 겁니다. 

삶의 숨결, 삶의 영혼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이요. 

그들에게 생존이란 아직 그들의 손길이 닿아 고결해지지 않은, 그들의 정련을 필요로 하는 거친 질료 덩어리입니다. 

하지만 삶은 결코 질료가, 물질이 아닙니다. 

삶은, 당신이 알고 싶다면 말인데, 자체가 부단히 자신을 갱신하는, 영원히 자신을 개조하는 원칙입니다. 

삶은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을 다시 만들고 변모시킵니다. 

자체가 당신과 나의 어리석은 이론을 초월해 나아갑니다.”

 

"그렇대도 모임에 참석해 경이롭고 눈부신 우리 사람들과 만나 보면, 감히 말하는데 당신 기분도 나아질 겁니다. 

멜랑콜리에 빠지지 않을 거예요. 그게 어디서 비롯하는지 나는 압니다. 

우리가 두들겨맞는다는 사실이 당신을 짓눌러 저 앞에 있는 희망의 빛줄기를 보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친구여, 결코 두려움에 빠져선 안 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와 관련해 훨씬 더 끔찍한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공표하지 않을 텐데, 그래도 나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패배는 일시적인 겁니다. 꼴차끄의 파멸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내 말을 잊지 마세요. 보게 될 겁니다. 우리가 승리합니다. 그러니 기운 내세요.”

 

'아니, 이건 추종을 불허하는군!' 의사는 생각했다. 

얼마나 어린애 같은가! 얼마나 근시안적인가! 

나는 우리 시각이 상반된다고 끝없이 되풀이하는데, 그는 나를 강제로 붙잡아와 강제로 붙들어 두고 있다. 

그러고는 자신의 패배가 나를 좌절시키고 자신의 전망과 희망이 나의 기운을 북돋는다고 상상하다니. 

얼마나 눈이 멀었단 말인가! 

혁명의 유익과 태양계의 존재가 그에게는 똑같구나.' 

 

유리 안드레예비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리베리의 유치함에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화를 억지로 참고 있다는 것을 전혀 감추려고 하지 않으며 어깨를 으쓱하기만 했다. 

리베리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가 말했다.

 

"유피테르여, 그대는 화가 나는구나. 그렇다면 그대가 옳지 않도다.”

 

"그 모든 게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세요, 제발 좀 알아주세요. 

'유피테르'니 '두려워하지 말라'느니 A를 말한 사람은 B를 말해야 한다, 무어인은 할 일을 했으니 갈 수 있다느니, 그 모든 진부한 말, 그 모든 표현에 나는 관심 없습니다. 

찢어 죽인대도 나는 A라고 말하지, B를 말하진 않을 겁니다. 

당신들이 러시아의 등불이고 해방자라고 칩시다. 

당신들이 없으면 러시아가 빈곤과 무지에 빠져 망할 거라고 인정합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들에게 관심이 없고 당신들한테 침이나 뱉을 거요. 

나는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들 다 악마한테 꺼져버려요.

당신들 생각의 지배자들은 속담을 들먹이는데, 중요한 하나를 잊고 있어요. 

사랑은 강요할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특히 청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고질적인 버릇에 젖었어요. 

당신은 나한테 당신네 병영과 당신네 집단보다 더 나은 곳은 세상에 없다고 상상하겠지요. 

나의 억류 상태에 대해, 가족, 아들, 집, 일, 내게 소중하고 나를 살아 있게 하는 모든 것에서 나를 해방시켜준 데 대해 내가 당신을 축복하고 당신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요…(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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