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불교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절은 수학여행이나 산 올라갈 때 말고는 간적이 없었는데 우연히 교수님 책 100문100답을 본 후 불교에 대해 체계적으로 계속 공부하고 싶은 맘이 들었습니다. 근데 막상 시작하려니 뭐부터 봐야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계획을 하고 공부를 시작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책도 너무 많아서 저같은 입문자는 무얼 봐야할지도 모르겠구요. 교수님 책은 중관학특강, 법성게보배구슬, 속담속에 담은 불교 이렇게 세권 샀어요. 부디 알려주세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답변입니다.
반갑습니다. <불교 초보 탈출 100문100답>은 쉽지 않은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불교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이 있는 분들이 한 단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의미에서 지은 제목인데, '초보자를 위한 불교교리 입문서'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셨다면, 불교에 대해서 그래도 많이 공부한 분 같습니다.
'팔만사천 법문'이라고 하듯이 불교는 너무나 방대하여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탄허 스님께서는 기독교, 유교, 도교, 불교의 경전을 비교하시면서, "기독교의 성경은 3개월 정도면 신구약을 모두 파악할 수 있고, 유교는 사서삼경 통달하는 데 3년 정도면 되고, 도교의 도장경(道藏經)은 모두 공부하는 데 30년 걸리는데, 불교의 대장경은 모두 읽으려면 300년 걸린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음식에 비유하면, 불교 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뷔페 식당의 요리 같습니다. 금강경이나 반야심경 등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불경이지만, 이 두 경전 모두 불교의 궁극적 지혜인 '반야'에 대해서 설하는 경전이기에 불교 전체에서 '공성(空性)'에 대한 통찰만 가르칩니다. 즉 뷔페 식당의 갖가지 메뉴 가운데 접시 하나에 담긴 화려한 음식과 같습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면 불교적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등을 알고 익혀야 하는데, 불전이 모두 대기설법(對機說法: 교화상대의 필요와 수준에 맞춘 가르침)의 기록이기에, 어느 하나의 불경을 읽고서 이 모두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600여 년 전에 티벳의 쫑카빠(Tsong Kha Pa, 1457-1519) 스님이란 분이, 대소승의 온갖 불전을 섭렵하고 실천수행을 통해서 이를 검증하면서 그 핵심을 종합하여 <보리도차제광론(菩提道次第廣論, Byang Chub Lam Rim Chen Mo[장춥람림첸모], 1502년 발간)>이라는 제목의 수행지침서를 저술하였습니다. 그런데 <보리도차제광론>의 양이 너무 방대하기에, 얼마후 쫑카빠 스님은 이를 축약한 <보리도차제약론>, 또 그 핵심을 간략한 시송으로 줄인 <보리도차제섭송> 등을 발간합니다.
이들 저술들을 통칭하여 <보리도차제론(Lam Rim)>이라고 부르는데, '깨달음(보리)'으로 가는 '길(도)'에 '순서(차제)'를 매긴 '지침서(론)'라는 뜻입니다.
<보리도차제론>에는 초기불전에서 대승불전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경전의 가르침이 '1.세속에서 향상하는 길, 2.출가 구도자로서 해탈하는 길, 3.대승보살로서 살아가는 길'의 3단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1.윤회하면서 향상하는 길, 2.윤회를 벗어나기 위해 번뇌를 제거하는 길, 3.윤회 속에서 남을 도우며 보살로서 살아가면서 성불을 지향하는 길'의 3단계입니다. 이것이 '하사도(下士道), 중사도, 상사도'의 삼사도(三士道) 수행체계입니다.
불교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불교적 삶인지 알게 해 주고, 불교적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수행론 등을 개관하고 익히게 하는 불전으로 <보리도차제론>이 단연 으뜸입니다. 여러 가지 번역본, 편역본을 구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요약본을 읽으시는 게 좋습니다. 20여 년 전에 부산 아미동의 '한국티벳불교사원 광성사'를 창건하신 초펠 스님께서 편역하신 <깨달음으로 가는 올바른 순서>를 먼저 읽으시면 좋습니다. 이곳 게시판 가운데 <불교학습자료>게시판에 PDF파일이 올라가 있지만, 아래에 다시 올리니 다운로드 하셔서 먼저 이 책을 숙독하시기 바랍니다.
본 카페 게시판 : https://cafe.daum.net/buddhology/UI8v/26
<깨달음으로 가는 올바른 순서>가 발간되고 나서 몇 년 후 초펠 스님께서 이보다 더 자세하고 두툼한 <람림, 티벳 스승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묻는다면>이라는 제목으로 <보리도차제론> 편역본을 발간하셨는데, '한국티벳불교사원 광성사'의 현재 주지이신 소남 스님께서 최근에 그 내용을 다시 보완 수정하여 <티벳 스승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묻는다면 - 람림, 개정 증보판>이라고 제목을 약간 수정하여 발간하셨습니다. 판매처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linkClass=&barcode=9788995676233&NaPm=ct%3Dl69vg8bs%7Cci%3D62c60944c854b18473aa13d2b6ddda7d978fa89c%7Ctr%3Dboksl1%7Csn%3D5342564%7Chk%3D7c7a9e4a0cb1a2157762d6e6a149c781f38afda8
쫑카빠 스님께서 저술한 <보리도차제광론>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3단계의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그 심성이 변화하고, 향상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참으로 위대하지만, 반야 공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해명하는 중관학의 가르침이 실린 관품(觀品, 상사도 후반부)의 경우 내용이 너무나 난삽합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관품에 대해서는 번역서 외에 논문이나 단행본 같은 연구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난삽합니다. (국내에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학원 졸업하신 대연 스님[십여 년 전에 남인도의 티벳 비구니 스님 사찰에 들어가서 수행하고 계십니다]의 석사논문이 한 편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희유한 연구물일 겁니다.)
따라서 <보리도차제론>의 관품(중관학에 대한 설명)의 내용은 중관학과 관련된 다른 여러 서적들을 통해 공부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수년 전에 송광사에서 신도교육을 위해서 <보리도차제론>을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송광사에서 촬영하여 총 8강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 있습니다. 본 카페 게시판에도 소개가 되어 있는데 아래에 링크 올리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cafe.daum.net/buddhology/UI1f
그리고 질문에서 제 책 가운데 <속담 속에 담은 불교, 명쾌하고 쉬운 불교>를 구입했다고 하셨는데, 이 책 뒷 부분에 실린 [명쾌하고 쉬운 불교]를 먼저 읽으시면 불교의 중요 개념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보리도차제론을 통해 불교 전체의 윤곽을 파악하시고 나면 어느 불전을 공부하시더라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야심경>이나 <금강경>은 보리도차제론의 상사도 관품의 통찰을 심화시켜 주는 경전이고, <화엄경>이나 <법화경> 등은 상사도에서 보리심 훈련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경전입니다. 또 아래에 링크한 <불설선악보응경>은 하사도 가운데 도덕성을 익힐 때 수지 독경하는 경전입니다.
https://cafe.daum.net/buddhology/UAEl/37
요컨대 불교를 공부하고 익히기 위해서는 불교 전체를 개관해야 하는데, <보리도차제론>을 참조하실 경우, 길을 잃지 않고 향상일로(向上一路) 할 수 있습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