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울력---현진스님
고구마감자추천 0조회 4126.06.16 07:4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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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본문내용
| 감자 울력 감자 캐는 울력이 있던 날이다. 여름 안거를 시작한 뒤 첫 율력이라서 다른 때보다 서둘렀다. 고무신은 흙이 잘 들어와 밭일을 할 때에는 오히려 성가시다. 양말이 흙투성이가 되는 게 싫어 운동화를 신었다. 절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밀짚 모자까지 쓰면 밭일 할 채비가 대충 끝나는 셈이다. 팔뚝에 토시까지 갖춘 스님네는 행동이 야무져 보기에도 좋다 대중 울력은 빠지는 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어른 스님네부터 행자님들 까지 팔목을 걷어 붙이고 땀을 흘리는 시간이다. 뒷방의 노스님들까지도 힘든 밭일을 함께 하는 것을 자주 보아 왔다. 이 곳은 아직까지 울력의 정신이 잘 지켜지고 있다 화엄전 뒤 넓은 채마밭 대부분이 감자밭이다. 위쪽은 들깨를 심고 아래쪽은 고추와 상추를 심었다. 감자밭은 일꾼들 몇 명이 며칠은 꼬박 일해야 할 만큼 꽤 넓다. 한해 동안 먹고도 남지 싶다. 그래도 살림을 꼼꼼히 하는 원주 스님은 "가뭄이 들어 감자 알이 작아졌어요" 하며 토실토실 살이 오르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사실 감자를 다 캐는 동안 주먹만큼 굵은 감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감자 캐는 일도 요령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호미로 파헤치다가는 감자가 상한다. 호미 끝에 감자가 찍히거나 상처가 나면 그 곳이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가 없다. 그냥 푹푹 파내는 게 아니라 이랑 바깥 쪽에서 깊이 호미질을 하는 게 비결이다 그렇게 하니 알이 흙덩이째로 고스란히 드러나곤 했다. 또 한줄씩 맡아서 하는 게 수월하고 능률도 몇 곱절 난다는 걸 알았다. 그러지 않고 우왕좌왕하면 이랑 한줄 정도는 그냥 둔 채로 일을 끝내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원주 스님은 뒤쪽에서 괭이를 들고 다니며 이랑마다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한곳에 여러 개 달려 있는 감자를 캐냄 때 보품을 찾은 것처럼 신나서 "스님, 여기 좀 보세요. 한 무더 기나 되요" 라고 한 걸로 보아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밭자락이 절반이 더 되게 비워지면서 스님네의 손놀림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일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감자 줄기를 뽑아 내면. 그 이랑을 따라 호미질을 하고 뒤이어 감자를 주워 담는 동작을 계속 되풀이하였다. 한 가마니가 금방 채워질 만큼 일을 빠르게 한 것은 다들 제 일처럼 열심히 한 덕택이다. 이 이랑 저 이랑을 부지런히 뛰어 다니며 감자를 줍던 한 스님은 고무신에 흙이 차는 것이 귀찮은지 아예 맨발이 좋다는 식이었다 울력은 땀이 흐르지 않을 만큼 쉬엄쉬엄 하라는 말도 있지만 어디 그게 될 법이나 한가. 무엇보다도 비구 스님들은 무슨 일이든 후딱 해치우는 성질이 몸에 밴 까닭에 더욱 그렇다 오늘 같은 일을 느슨하게 하면 도리어 기운만 빠진다. 이런 살림살이는 일상의 공부에서 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치이기도 하다 날이 그리 뜨겁지 않아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감자 캐는 일을 마칠 수 있도록 알맞은 날을 정한 건 소임자 스님 의 오랜 경험 덕이 아닐까 싶다 때를 놓치면 대중의 공부 분위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발이 척척 잘 막아 하루 일감이 반나절로 줄어들었다. 그 사이에 넓은 감자밭이 빈 들판 이 되어 버린 게 믿어지지 않았다 감자를 담은 자루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서 일을 마무리지을 때에 햇살이 많이 엷어져 있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몸에서 끈적끈적 묻어나는 땀 냄새도 싫지 않다. 수행자로서의 내 삶이 당당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자기 일에 충실했다는 단순한 사실 덕분이다. 절 집안의 육력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수행이다 일도 늘 하던 사람이 잘 하는가 보다. 오랜만에 호미질을 반나절 했다고 손에 물집이 잡히고 어깨까지 묵직하다. 몸을 크게 움직이는 일을 자주 하지 않은 탓일 게다 일본의 어떤 스님이 우리 나라 절을 방문하고 세 가지 사실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울력이 적다는 것과 일꾼을 사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불필요한 노임 지출이 그것이다. 스님들이 너무 편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흔히 소임자 스님들이 '울력을 꼭 사중 일로만 생각하는 자세 때문에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또 노스님들은 "큰절을 그저 묵었다 가는 하숙집쯤으로 여기고 남의 집 보듯 한다" 면서 꾸짖으신다. 이러한 지적은 내 생활만 돌아 보아도 십분 고개가 끄덕여진다. 차츰 타산적이고 이기적으로 굳어 가는 내 일상이 무섭다. 아무튼 수행자가 타성에 젖는다는 건 자기 질서에 둔감 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까 먹은 햇감자 생각이 자꾸 난다. 포슬포슬하게 잘 삶은 감자는 담백한 맛이 으뜸이다. 그리고 다른 식품보다 조리법이 여러 가지라서 물리는 일도 없다. 또 고혈압을 예방하는 건강 식품이기도 하다 여러 개 먹은 탓인지 지금까지 속이 거북하다.절식을 잘 못하는 것도 내게는 큰 병이다. 앞으로 삶고, 볶고, 튀긴 햇감자 요리를 공양 때마다 맛보는 즐거움도 괜찮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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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연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삼보에 귀의합니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성불하세요 -
작성자연꽃2 작성시간 26.06.18 귀의불양족존
귀의법이욕존
귀의승중중존
중생무변서원도
번뇌무진서원단
법문무량서원학
불도무상서원성
원공법계제중생
자타일시성불도
나무아미타불 () -
작성자목탁 작성시간 26.06.19 반가워요
거룩하신 삼보님께 귀의 합니다
일체 중생의행복을 발원합니다 -
작성자엣지있게 작성시간 26.06.20 생활속불교에서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나무관세음보살 _()()()_
-
작성자cdehung 작성시간 26.06.26 new
삼보에 귀의합니다
벗님들이여 행복하소서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