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민회관에 한 아주머니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스님께 질문하십니다. 들어보니 아들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어 괴롭다는 겁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지만 부모 입장에서 정말 괴로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들 입장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도 이별이란 걸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별하고 나니 정말 사람 만나는 것이 싫었습니다. 집밖으로 나가기는 싫은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 억지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는 척 하는 것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말붙이는 것도 싫고, 나보고 웃는 것도 싫고, 위로하는 것도 싫고 진짜 다 싫었습니다. 그냥 나를 투명인간으로 취급해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전화도 안 받았습니다. 모르는 전화가 떠서 받아서 오래된 친구면 인사만 하고 끊고는 그 번호를 저장해두고 다시는 전화를 안 받았습니다. 아마 이 아주머니의 아들도 지금 그때의 제 심정 같을 겁니다. 스님께서 연애를 해보시지도 않으셨는데 실연의 아픔을 어떻게 아실지 궁금하네요. 들어보시죠.
질문 : 스님 저는 우리 아들 땜에 왔습니다. 스물 일곱 아들이 여자친구를 일년 넘게 사귀다 헤어졌는데 방에서 나오질 않습니다. 너무 괴롭다는 거예요. 사회생활도 안하고 지금 거의 일년이나 되갑니다. 그래서 제가 스님을 불러서 굿도 했습니다. 너무 아들이 방에서 안나와서 인터넷도 끊었어요. 다 컸는데 저러니까 제가 갈피를 못잡겠습니다. 법륜스님이 여기 오신단 소리를 듣고 잠바차림에 쫓아왔습니다.
스님 : 잘했어요 .다 컸는데 그냥 놔두시죠.. 어린애도 아니고 다 컸는데
질문 : 그래서 이사까지 갈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스님 : 왜요?
질문 : 저 독립하라고 이제 알아서 살아라. 그리고 엄마로서 어느 정도 노력을 했는데..너무 지켜보기 힘드니까 이사가면 너도...
스님 : 근데..한번 생각해봐요 저기 앞산을 계속 보고 있으면 지옥이에요?
질문 : 아니요
스님 : 앞산이 안 움직이고 몇 년을 그냥 가만히 있잖아요..)그니까 아들 문제 아니에요..내 요구..빨리 나가라 일해라 내 요구 때문에 내가 힘들지..애가 가만히 있는데 내가 힘들게 뭐가 있어,,음..근데 이제 사귀던 여자 인제 헤어지고 상심이 좀 되겠죠? 그죠? 근데 자기 옛날에 자기 남자 사귀다 헤어진 적 없었어요?
질문 : 저는 없었어요
스님 : 그러니 모르지. 근데 젊을 때 여자 사귀다 남자 사귀다 헤어지면 상심이 좀 크고 그럼 만사가 의욕이 없어져요 만사에 의욕이 없어 진다. 그러믄 뭐가 약이다? 뭐가 약이라고?
질문 : 세월이..
스님 : 그래 잘 아네. 세월이 약이니까 첫째 그냥 가만히 좀 두세요. 아이고 우리 아들이 여자친구를 잃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노? 쯧쯧쯧.. 아이고 그래 좀 더 있어라 젊어서는 평생 못 잊을 거 같은데 살아보면 세월이 약이더라 그래 젊을 때는 안 받아들여져요, 난 죽어도 안 잊을거 같아 그래도 세월이 약이에요 세월보다 더 좋은 약은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놔두고 기다린다. 첫째, 상심이 크니까 이해하는 마음을 내야지 왜 다 큰 게 멀쩡한 게 이렇게 생각하면 안돼요 그럼 내가 괴로워져..그렇다고 아들이 무슨 나가는 것도 아니에요 여기서 자꾸 푸쉬하면 발작합니다. 돌아버려요 그니까 가만히 놔놓는 게 제일 낫습니다, 가만히 건드리지 말고 가만히 놔놓으면 한 육개월 앉아있든 일년 앉아있든 그러다가 나중에 조금씩 조금씩 나오게 되요
질문 : 그래서요..
스님 : 그러니까 그 돈 있으면 애 맛있는 거나 사주고.
질문 : 힘들어가지고..
스님 :그러니 남이 이상한 말하면 잘 믿고 내가 진짜 말해주면 안 믿고. 이상하게 말해준 사람은 돈 갖다주고 진짜 말하면 십원도 안주고. 그러니까 다 종교인들이 자꾸 이상한 말 하잖아요. 그래야 돈 주니까. 첫째 아들을 가만히 놔둔다.
질문 : 예
스님 : 절대 건드리지도 말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도 말고 마음으로 말하니 말 안할 뿐 내 마음에서도 아이고 저게 이 방구석에 앉아가 이런 생각도 하면 안되고 얼마나 힘들면 저래가.. 첫째 가만히 둔다 두번째 그럼 연애하다가 실패하면 다 이렇게 충격 받고 이러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아시겠어요?
연애하다가 실패해서 그것이 발병의 원인이 되기는 됐지만은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근본바닥에 요런 충격을 받으면 정신이 약간 우울해 질 수 있는 심약한 마음상태를 원래 가지고 있었다. 요게 원인이에요 여자가 원인이 아니고. 요게 강하면 두 번 세 번 실패해도 끄떡 없어요. 요게 약하니까 요게 충격을 받은 거에요. 그러면 연애 아니라도 딴 또 충격을 받아도 발병합니다 아시겠어요?
질문 : 예
스님 : 음 또 조금 못 받았다 그래도 배신감 느끼면 발병해요 왜 생겼을까? 애 가지고 어릴 때 키울 때 엄마가 마음이 불안해서..그 때 생각해봐요 이십칠 년 전 이십오 년 전..남편한테 불만이 많았죠?
질문 : 음,.,
스님 : 안 그래도 스님이 다 알아요. 그때 내가 미워도 하고 못 살고 심리가 불안하고 한 게 아이한테 그대로 가서 마음바탕이 됐기 때문에 고것이 원인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애는 가만히 놔놓고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해야 되요
질문 : 예
스님 : 아이고 여보 죄송합니다. 제가 내 생각만 해가 당신 맘 이해 못 하고 저 사니 못사니..잘했니 못했니 당신 미워도 하고 이랬는데 지금 가만 돌이켜보니 내가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바보 같은 짓을 했습니다 이렇게 죄송합니다. 그때를 생각하고 자꾸 참회를 해야 되요. 그러고 그 참회가 되니까 지금 남편이 뭐라고 하든 그저 나긋나긋하게 남편이 뭐라고 하든 네 하세요.
내 마음이 그렇게 되면 아이에게 뭐 한다? 좋아져요 그 공덕으로 아이가 좋아져요. 굿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어요. 그러니까 굿 할 돈 더 있으면 그 돈으로 남편 저녁에 오면 술상 봐서 그렇게 대접하고 이렇게 하면서 이렇게 참회절 하고 하시면 되요.. 그러고 아들은. 쯧. 아이고 미안타 내가 그때 너 키울 때 내 마음을 잘 못 써가지고 업은 내가 지었는데 과보는 니가 받구나. 아이고 이렇게,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내야 되요
질문 : 네
스님 : 그래 가만히 놔놓고 내 기도하면 시간이 좀 걸려요
질문 : 예
스님 : 그래도 또 굿 할래요?
질문 : 네. 됐습니다.
제 주변에 바깥활동을 열심히 하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 집에서 나가지도 않는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그 부인께 ‘마음을 비우고 언젠가는 나가겠지’라고 마음을 크게 먹으면 해결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 말씀이 아니라는 겁니다. ‘언젠가는 나가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남편이 나가든 안 나가든 상관없이 ‘그냥 살아만 있어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생각해야 괴로움이 없다는 겁니다. ‘언젠가’라는 단서조차 붙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습니다. 살아만 있어줘도 고맙다는 말이. 스님 말씀이 명쾌하셨나요? 여러분도 인생에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강연장에 오셔서 질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