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로 살지 않으려면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자급자족도 실은 불가능하다. 모든 생명체는 베풀고 나누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간들끼리만 더불어 사는 게 아니다. 자연의 혜택 없이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많은 나 아닌 것으로부터의 은혜로 살아가는 셈이다.
우리는 흔히 제 분수를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것은 욕심을 억제하라는 의미이기 이전에 빚을 지지 말라는 뜻이다.
어느 한 순간이라도 나 이외의 것으로부터 뭔가를 꾸준히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인 이상,
나의 삶은 순간순간이 빚을 지는 삶인 것이다. 고로 사는 동안에 빚은 늘어만 간다.
꾸준히 되갚지 않는다면 누구나 눈을 감는 순간에 엄청난 빚더미를 남겨 놓고 가게 된다.
그래서 더 갖기를 바라지 말고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라는 것이다.
더 갖겠다는 욕심은 빚을 더 지겠다는 것이니 어찌 일생을 통해 빚 잔치나 하고 살아가려
하느냐는 물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분수와 만족을 넘어 은혜에 감사하고 매순간 회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먼저 감사한 줄 알아야 갚을 마음도 생긴다.
감사한 줄 모르는데 베풀고 나눌 마음인들 생기겠는가.
감사할 줄 알아야만 의당 갚아야 하겠노라는 마음이 생긴다.
절로 무주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일상 속에서 감사할 줄 모른다.
특별하게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면 으레 그러려니 생각한다.
그래서 오종대은(五種大恩)만이라도 명심하라고 가르친다.
얼마나 은혜를 모르고 살면 아침마다 이를 외우라고 했겠는가.
먼저 지금의 나 자신에게 감사해 보자.
내 정신이 바르고 사지가 멀쩡하다는 사실에 감사해 보자.
그런 다음에 감사의 대상을 주변으로 확대시켜 보자.
내 가족 한사람 한사람이 감사한 존재로 마음에 떠오를 것이다.
내 이웃, 내 직장의 동료 중에도 감사하게 느껴지는 얼굴이 생각보다는 많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저 푸른 하늘도 감사하고 바람 물 불에도 감사할 일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