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함기석 


빗물 맺힌 앵두 속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서 있고

강아지가 뛰놀고

강아지 꼬리에 간질간질

해바라기가 웃고

돌담이 웃는다

첫 눈 뜬

아기 생쥐 눈망울 닮은

한 알의 작디작은 앵두 속에

마을이 돌고

하늘이 돌고

우주가 반짝반짝 웃는다

 

 

 

 

작디작은 한 알의 앵두 속에 느티나무와 강아지가 들어있습니다. 마을이 들어있고 하늘이 들어있습니다. 붉은 한 알의 앵두 속에 우주가 들어있습니다. 이것이 저것에 들어가고, 저것이 이것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강아지 꼬리가 간질간질 허공을 웃기자 해바라기와 돌담이 연쇄적으로 따라 웃습니다. 마을이 웃고 하늘이 웃습니다. 강아지로부터 시작된 웃음의 파동이 우주로까지 퍼져갑니다. 마치 한 방울의 물이 쌓여 양동이를 가득 채우듯이. 마치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이 대양(大洋)으로 나아가듯이. 이 모든 일은 존재들이 서로 깊숙하게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날 것입니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