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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법정스님] 아름다운 마무리 3. 지금이 바로 그때 - 운문사에 가면

작성자햇살|작성시간25.01.27|조회수22 목록 댓글 4



            3. 지금이 바로 그때 - 운문사에 가면 / 법정스님 내일 모레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인데 오늘 이 산중에는 첫눈이 내렸다. 가을이 채 가기도 전에 겨울이 성급하게 다가서는가. 오늘 내린 눈으로 뜰 가에는 온통 단풍나무 잎으로 낙엽의 사태를 이루었다. 요 며칠 동안 청명한 가을 날씨 덕에 남쪽에 내려가 오랜만에 조계산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마중했다. 산마루로 조심조심 얼굴을 내미는 월광보살 앞에 우리는 합장하며 마음에 담긴 소원들을 빌었다. 해와 달 같은 천지신명 앞에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일은 누가 시키거나 가르치지 않더라도 저절로 그렇게 하고 싶은 원초적인 순수한 신앙심에서다. 이 원초적인 순수한 신앙심이 종교에 귀의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종교의 교리나 이론은 이 원초적인 순수한 신앙심에 견주면 공허하고 관념적이다. 신학자나 종교학자들의 신앙심이 그 순수성에서 일반 신자들에게 미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종교는 말이나 이론에 있지 않고 일상적인 행위에 있기 때문이다. 달님 앞에 마주 서서 저마다 소원을 비는 이웃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날 하루의 삶이 달빛에 물들어 은은히 빛나는 것 같았다. 나무 월광보살! 나선 김에 운문사에 가서 말빚을 갚고 왔다. 이따금 들르는 도량인데 갈 때마다 옛 절의 맑고 아늑함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특히 운문사에는 지나온 세월의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세 분’이 계셔서 나그네의 발길을 이끈다. 수백 년 된 두 그루 은행나무가 가지런히 서서 허공을 떠받치듯 우람하게 서 있다. 그 당당한 기상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평생 청정한 수행을 쌓아 가면 이런 당당한 기상을 지니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구한 세월을 거쳐 오면서 노거수(老巨樹)는 이 도량에 몸담아 수행하는 사람들을 낱낱이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 나무 안에는 이 도량의 지나온 자취가 켜켜이 쌓여 있을 것이다. 우리 귀가 열린다면 그 은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 운문사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만세루 곁에 청청하게 살아 계시는 나이 4백 살이 넘는 소나무 한 그루를 친견할 수 있다. 이 소나무는 세월의 풍상에 꺾임이 없이 영원한 젊음을 내뿜고 있다. 동구에 있는 다른 소나무들은 가지마다 가을을 그 잎에 달고 있는데 이 소나무만은 전혀 계절의 바람에 동요됨이 없이 청청하고 청청할 뿐이다. ‘영원한 젊음’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4백 살의 젊음 앞에 숙연해진다. 이 소나무를 두고 사람들은 가지가 처졌다고 해서 ‘처진 소나무’라 하고, 키는 작고 가지가 가로 뻗어 옆으로 퍼졌다고 해서 반송(盤松)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소나무는 오래 살다 보니 그 도량에서 수행하는 효성스런 사람들한테서 한 해에 막걸리 열두 말씩을 공양 받는다. 주량이 대단하다. 그런 주량의 영향 덕인지 감기 몸살 한 번 치르지 않고 오늘처럼 저렇게 정정하시다. 그래서 주송(酒松)이란 별명도 얻게 되었다. 나는 운문사에 들를 때마다 맨 먼저 비로전 부처님께 문안인사를 드린다. 일반 불상의 전형에서 벗어난 그분만의 독특한 형상에 인간적인 호감을 느낀다. 얼굴 모습도 여느 불상과는 달리 시골의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표정이고, 오랫동안 가부좌로 앉아 계시니 다리가 저려 슬그머니 바른쪽 다리를 풀어 놓은 그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자한 시골 할아버지 같은 이런 불상은 아무데서나 친견할 수 없다. 운문사의 은행나무와 반송과 비로전 부처님이 부르시기에 이따금 나는 그 곳에 간다. 다음카페 : 『 가장행복한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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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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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여월 | 작성시간 25.01.28 운문사에 전경이 그려집니다.
    감사합니다.
    _()_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 답댓글 작성자햇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1.28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孝菴 公認 大法師(佛學硏究員) | 작성시간 25.01.28 佛法僧 三寶님께 歸依합니다.

    거룩하시고 慈悲하신 부처님의 加被와 慈悲光明이 비춰주시길 至極한 마음으로 祈禱드립니다. 感謝합니다.
    成佛하십시요.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I return to Buddha, Law, and Seung Sambo.

    I pray with all my heart that the holy and merciful Buddha's skin and mercy light will be reflected. Thank you.
    Holy Father.

    Avalokitesvara Bodhisattva ()()()






    佛法僧 三寶님께 歸依합니다.

    거룩하시고 慈悲하신 부처님의 加被와 慈悲光明이 비춰주시길 至極한 마음으로 祈禱드립니다. 感謝합니다.
    成佛하십시요.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I return to Buddha, Law, and Seung Sambo.

    I pray with all my heart that the holy and merciful Buddha's skin and mercy light will be reflected. Thank you.
    Holy Father.

    Avalokitesvara B
  • 답댓글 작성자햇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1.28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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