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어머니께서 검정 교복 한 벌을 사 오셨다.
설 전에 교복을 사 입혔는데 등 더리(등판)가 다 헤어져서 다시 사 오셨다
어머니께서는 "인제는 돈도읍꼬 단디 애껴입어라" 하셨다.
그 당시 가난한 시절이라 교복을 입은 애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머리도 이발료 아끼려고 박박 깎았는데 나는 어머니가 머리카락이 금세 자란다고 박박 깎아라 해도 6학년이 되고부터는 항상 스포츠 칼라로 잘랐다.
검정 교복을 받아 입어보고는 시장에서 한복집을 하시는 어머니를 졸라 어깨에 솜을 넣어 수평되게 해달라고 해서 입고 다녔는데 나이많은 고아원 출신 형아들 말고는 싸움으로는 어릴 적 부터 연좌재에 걸려 시달리고 단련된 성격으로 죽기 살기로 덤비니 나를 이길 애들이 없었다.
우리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로 반편성을 하고 나면 서로 이야기가 많아진다.
이럴 때 당연히 인기있는 장소는 교실 뒤에 있는 공동변소 남쪽 벽면이다.
시골에 가면 공동우물이 아낙네의 정보 교한 장소요, 여인네들이 한을 삭히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듯이
우리들은 교실뒤 공동변소의 우측면인 남쪽벽이 그러한 장소다.
그때 해운대초등학교 교실은 남북으로 길게 있었기에 공동변소의 남쪽벽은
바람 한 점 없고 겨울의 매서운 서북풍을 막아 주어 따습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명당이다.
해운대 국민학교 공동변소를 풍수지리적으로 논해보면 대단한 좋은 명당이다.
자청용(左靑龍) 즉, 좌측은 용이라 용은 물에 사니 산보다 낮아야 하고, 위치는 동쪽이라 낮아야 햇볕이 일찍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우백호(右白虎) 즉, 우측은 흰(늙은) 호랑이니 늙은 호랑이는 높고 깊은 산에 살듯이 우측은 높아야 하며
높아야 겨울에 차갑고 매서운 서북풍을 막아주어 따습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는 주작(朱雀)이라 즉 붉은 참새라는 것이니, 마치 참새가 날개를 펴서 병풍처럼 펴면 겨드랑이에 붉은 살이 보이듯이
변소 앞 교실이 주작같이 죽 펴서 거센 바람을 앞에서 막아주니 바람 없고 따습다는 것이다.
뒤에는 현무(玄武)라, 거북등과 같은 언덕이 있어 산에서 내려오는 바위나 물을 옆으로 흐르게 해서 집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명당이라 하듯이
해운대 초등학교의 공동변소 바로 뒤에는 높은 담장이 둘러쳐져 있어 그야말로 겨울에 놀기 좋은 명당터다.
우리는 학교수업 휴식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뛰어나가 오줌 누고 그 양지바른 변소 옆 담벼락을 기댈 수 있는 자리를 선점하려고 야단이다.
그 담벼락은 시멘트를 까슬까슬하게 발라 놓았기에 서로 기대서 옆으로 밀치기 놀이라도 한다면
새로 사 입은 교복은 며칠 안 가서 등반이 헤어지고 안베가 보이게 된다.
그래서 학교수업 휴식 종이 울렸는데 수업이 좀 늦게 마치는 날에는
온통 생각이 그 변소에 가 있으며 늦게 끝내주는 담임선생이 야속하기도 했다.
그때 우리가 많이 하는 놀이는 딱지치기, 구슬치기, 자치기, 밀치기, 혹말타기, 다방구, 공기줍기, 제기차기, 망줍기, 죽마놀이, 말타기, 진놀이, 사방치기, 긴 줄넘기, 말뚝박기, 신발 뺏기, 8 자 놀이, 팽이치기, 땅따먹기이며
여자들은 주로 고무줄놀이. 공기 줍기를 많이 했으며
남학생 중에 별난 놈은 말타기 죽마놀이를 하였고, 그다음은 자치기 제기차기 순으로 놀았다.
자치기를 하다 교실 유리창도 많이 깨트렸고 깽깽이를 하고 나면 촛돗뼈에 멍이 많이 들었다.
여학생들의 고무줄놀이할 때 서너 명이 노래에 맞추어 뛸 때는 그 동작들의 화합이 대단한 볼거리가 되었으며,
고무줄놀이의 마지막 단계는 긴 줄을 양쪽에 서서 머리위로 한 뼘 두 뼘 높이를 올려가면 한 팀에서는 양쪽손을 땅에 짚고 거꾸로 서면서 발등으로 고무줄을 낙야채는 것도 신기하지만
순간적이지만 치마가 내려오면서 뽀얀 광목빤스(팬티)를 보기 위해 모든 남학생들이 그 시간에 맞추어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 동작 빠르고 늘씬한 그 애들은 지금은 뚱보로 변해 펑퍼짐한 바지 입고
아침에는 조깅과 주말에는 등산을 하면서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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