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運逢恩師1947~1968

인연 따라 이곳저곳 3, 나의 첫 지리산 만남

작성자無耘|작성시간26.06.22|조회수0 목록 댓글 0

거처의 위치는 벽소령으로 넘어가는 계곡에 양정과 음정의 마을이 있고 한참 오르다 보면 벽소령 넘어가는 계곡에 마지막 손님을 위한 주막이 있고 그 위로 한참 가면 팔현선생의 구들방 산막이 나오고 벽소령을 넘어가면 쌍계사 화개장터 그리고 하동과 구례로 가는 길이 나오게 된다.

팔현선생께서 말씀하셨다

"큰 산에서 이산 저산을 다니려면 산막을 지을 때 최소한 7부 능선에 지으면 이곳저곳으로 다니기가 빠르고 쉬운 것은 능선에 짐승들이 다니는 외길이 있어 다니기가 용이한 것이다."라고 하셨다.

내가 지리산 산막으로 옮기고는 한동안 무서워 밤에 나가지 못했다.

한 번은 밤에 비가 온 뒤에 변소를 가는데 변소 뒤에 허연 불빛이 길게 사람이 서 있는 모양으로 비추길래 얼른 방으로 들어와서 팔현선생께 말하였는데

팔현선생께서는 웃으면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귀신이 아니고 나무가 늙어 고사하면 빗물에 씻겨 내려온 인이 녹아내린 빛이다"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밤에 큰 짐승을 만나도 먼저 덤비지는 않는다 서로 보면서 파란 두 줄기 빛은 큰 짐승이 보고 경계하는 것이니 서로 맞보지 말고 내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피하면 금세 도망가는 것이다."

다시 말씀하셨다.

"산에서는 짐승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짐승이 주위에 있다면 오히려 훈훈한 기운이 돌지만 가장 무섭고 서늘한 기운이 돌고 무서운 기운이 도는 것은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말씀도 하셨다

이어서 또 말씀하시기를

"6.25 사변 나고 밤에 마을 청년이나 누구든지 주인을 나오라고 하면 가장이 나가면 안 되네 부인이 먼저 나가서 누가 왔는지 본 뒤에 가장이 나가야 잡아가지 않는 것이지 설사 잡아간다고 해도 누가 그랬는지 알 것 아닌가" 하시었다.

TV도 없고 라디오도 송신되지 않는 시절이라 늦은 밤 심심하면 팔현선생께서는 중국 무협지의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 같은 내용을 입담으로 들려주는데 너무나 재미있게 들었다

그리고 귀신이야기를 간혹 들려주시는데 귀신의 소리인 휘파람을 불면서 귀신소리를 낼 적에는 무서워서 팔현선생 무릎 앞까지 바짝 다가가고 그날은 먼 변소 가는 일은 없고 문 열고 나가 바로 소변을 보는 일이다.

나의 한평생 중에 온화하고 한가하고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낀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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