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제일 높은 천왕봉 정상에 충남 홍성에서 200근이나 되는 오석(烏石)을 가져다 전면에는 天王峯이라 새기고 뒷면에는 天鳴猶不鳴 萬古天王峰이라 새기고 비석의 윗면에는 동서남북의 방향 표시를 세긴 정상비를 내가 듣기로는 1970년 진주산악회에서 세웠다고 들었다.
천왕봉이란? 명칭은 하늘(天)과 인간(王)과 땅(峰)에서 최고를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세워져 있는 표지석은 전면에 지리산 천왕봉이라 새기고 뒷면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적혀 있다
표지석은 옛 것 보다 커졌지만 내용은 오히려 볼품도 없고 옛날 천왕봉 표지석에 새겨진 내용이 몇 천 배나 우월하다
하늘(天)과 인간(王)과 땅(峰)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지리산의 명칭이 옛날의 글귀는 천왕봉을 예찬한 내용이었다.
소개하면 천명유불명(天鳴猶不鳴) 만고천왕봉(萬古天王峰)이 얼마나 크고 높고 귀한 내용인가?!,
하늘이 높다고 울지만 지리산은 오히려 울지 않는다는 뜻은 상대를 지으면 크지 않고 높지 않다는 뜻이니 공간적으로 이 얼마나 깊고 크고 높임의 뜻인가? 이는 하늘과 땅과 동서남북을 합쳐 말한 것이니 시방세계의 공간적인 의미라 곧 천지사방왈 우(天地四方曰 宇)를 표시한 뜻이다
그리고 지리산 천왕봉 정상비에 새겨진 다음 글귀의 만고천왕봉(萬古天王峰)이라는 뜻은 시간적인 면으로 고금(古今)을 왕래하며 둘이 아니다란 뜻으로 유구한 시간 속에서도 만고에 꿋꿋이 변하지 않는 것이 천왕봉이란 뜻인데 이것은 시방세계의 시간적인 면인 고금왕래왈 주(古今往來曰 宙)라는 의미이니 둘의 공간적인 면과 시간적인 면을 이 우주에 비교해서 지리산 천왕봉을 예찬한 내용의 글귀이다.
원래 이 글귀는 남명 조식선생께서 지은 시구 일부를 가져다 변형해서 새겼는데 남명 조식선생의 문집에는 선생께서 천왕봉에 오르시어 이렇게 표현하였다
"천석이나 들어가는 종을 좀 보아라
크게 처도 소리 없다
어쩌면 두류(지리) 산 같이
하늘이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으리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 "
--題德山溪亭柱(『南冥先生集』卷之一,1604.)"
이렇게 천왕봉의 정상비는 천왕봉을 예찬하는 내용의 글이라야 하는 이유는
산의 속성은 순실(純實)하여 순연한 본래면목을 잃지 않는 것이며, 정중(鄭重)하여 각자의 본분사에 전일하는 것이며, 견고(堅固)하여 심성과 의지를 변치 않으면 산은 체(體)가 되고 사람은 용(用)이 될지라 체는 정(靜)하고 용(用)은 동하나니 산은 그대로 있으되 능히 그 체(體)가 되려니와 사람은 잘 활용하여야 그 용(用)이 될 것이니 이로서 산이 곧 사람이요 사람이 곧 산과 같은 인격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격도야에 지표가 되게 걸맞고 천왕봉에 대한 예찬의 글이 되어야 한다.
지금 세워진 천왕봉의 정상비는 크기는 옛날 것 보다 더 크고 웅장하지만 내용은 천왕봉을 우러러 예찬한 내용이 아니고 인간을 중심에 놓고 쓴 글귀이다.
더구나 1981년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새롭게 크고 웅장한 천왕봉 정상비를 세우려고 운반했으나 함양군에서 "특정 군(산청군) 이름이 적힌 표지석을 천왕봉에 세울 수 없다" 하며 반대를 했다.
그래서 1982년 그 당시 권익현(산청 함양 국회의원)씨와 이규효(경남도지사)씨가 상의하여 표지석 첫 글자를 지우고 "경남"으로 수정하여 "경남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라고 고쳐 세웠다
세우고 나니 표시석 문구인 "경남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는 문구가 전라도 쪽으로 향하고 있다 하고, 전라도 쪽에서 민원이 발생하고 또다시 지역감정이 고조되어
1987년 다시 표시석 첫 문구인 "경남"을 지우고 "한국"으로 고쳐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는 글귀로 해서 세워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설사 그렇게 고쳐 쓴들 지리산 천왕봉에 대한 예찬이 아니고, 자기들의 명예나 지역의 텃세뿐이지 지리산 천왕봉에 대한 대우는 아니다.
이 얼마나 소인배들의 저급하고 지역적이며 서로 간에 상대를 짓는 행위인가 한심하다
옛날 천왕봉 표지석에 새겨진 글귀가 천만 배 났다. "하늘은 동(動)하여 높다 하지만 땅은 정(靜)하여 오히려 울지 않고 상대를 짓지 않는다"라고 뜻이니 지금의 천왕봉 정상비와는 정반대 되는 내용이다.
지리산 천왕봉의 정상비는 천왕봉에 대한 예찬(禮讚)과 산심(山心)인 순실하고 정중하고 견고한 내용이 묻어나야 하는 글이 되어야 하는데 지역적이고 인간중심의 명예에 산을 더 낮추어 사람이 이용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