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동안 낮에는 화엄사 도량 청소와 밤에는 사찰 소유 산에 나무베어 가지 못하게 지키는 일을 하였다.
바쁜 농사철에는 나무꾼들도 오지 않아 경전공부하는 스님들 방에 가서 청강하기도 하였는데
나는 이미 유가의 사서는 읽은 터라 한문 기초가 튼튼해서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어렴풋이 알음이 되기에 진지함을 유지하였다.
나의 청강하는 진지함을 보시고는 학감께서 초발심자경문을 가르치라고 스님 한 분을 지정하여 다른 방에서 나에게 가르치게 하였다.
스님께서 경을 가르치시는 정성에 비해 한자와 한문실력은 많이 떨어지지만 "함부로 나서지 말라(描虎類狗)" "내가 너보다 실력이 떨어져도 너는 배우는 입장이니 나의 실력 선에서 멈추는 것이 법가지(法可止)라는 거다"라고 함양 운림동에서 팔현선생님께서 서당 하실 적에 나의 앞서는 태도를 크게 경책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잘 적응하며 배웠다.
처음으로 접하는 불경이라 유가의 경전은 우주만유의 형상있는 것을 주체삼아 수제치평(修齊治平)을 다룬 경전보다, 불경은 우주만유의 형상없는 것을 주체삼아 전미개오(轉迷開悟)의 길을 다룬 경전이라 유가의 경전보다 어렵고 모르는 한자도 많았다
초발심자경문은 마음의 초발심을 강조하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우리는 종종 외부의 비난이나 평가에 의해 상처받고, 그로 인해 자신을 비하하게 된다. 그러나 초발심자경문은 우리에게 내면의 평화를 찾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시작이다. <초발심자경문>은 불교 입문서로서 세 가지 글로 이루어져 있다.
고려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의 <계초심학인문>,
신라 원효(元曉) 대사의 <발심수행장>,
고려 후기 야운(野雲) 스님의 <야운자경서> 이렇게 세 가지를 엮어 <초발심자경문>이라 했다.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은 불교에 처음 입문한 초심학인이 알아야 할 범절과 수행에 관한 내용이고,
크게 계초심학인(誡初心學人)과 계수행대중(誡修行大衆)의 내용으로 요약된다.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은 원효(元曉) 대사가 출가 수행자를 위해 지은 발심(發心)에 관한 글이다.
체계는, 수행인이 부처될 마음을 일으켜 거룩한 행을 닦는 요긴한 말을 적은 짧은 글로서, 서론, 본론, 유통분(流通分)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내용은, 애욕을 끊고 고행(苦行)을 할 것, 참된 수행자가 될 것, 늙은 몸은 닦을 수 없으니 부지런히 닦을 것 등으로
수행의 중요성과 수행의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 기술돼 있으며, 사욕고행(捨欲苦行)과 사문출가(沙門出家)와 일생근수(一生勤修)의 내용으로 요약된다.
<야운자경문(野雲自警文)>은 수행하는 출가 대중이 알고 지켜야 할 법규에 대해 쓴 것이다.
자경서(自警序)와 자경십문(自警十門)과 보위중생(普爲衆生-널리 중생을 위함)의 내용으로 요약된다.
즉, 몸으로는 살생, 도둑질, 간음 세 가지를, 입으로는 거짓말, 독설, 이간질, 모략중상 등 네 가지를, 뜻으로는 탐욕, 분노, 어리석음 등 세 가지를 저지른 자신을 참회하고, 깨닫는 그날까지 잘못된 모든 행위를 돌이켜 자비한 마음으로 뭇 생명을 사랑하고 베풀어주며, 깨끗한 행을 닦고 마음을 살펴 몸과 입과 뜻을 항상 경계하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초발심자경문을 강설하신 책이 많이 나와서 혼자라도 읽으면 되지만 그 당시에는 읽고 외워서 스승에게 인증을 받아야 하는 서당식이라 진도가 많이 느려서 지루하기도 하였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