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잠종장(잠업시험장)에서 <은산육영재단>으로 옮길 때는 부모의 신원보증과 각 지역의 교당 선생의 추천서가 있어야 하기에 가출한 지 7년 만에 부산 해운대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 신원보증서를 받고 부산진 교당 주타원 윤주현 선생의 추천서를 받아 제출하였다.
<은산육영재단>에서 3년 근무하면 고등학교 졸업자는 원광대학 교학과에 장학생으로 자동입학되고, 그 이하는 영산선학대학의 전신인 동산선원이라는 곳에서 4년간 장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고 교역자 자격고시에 합격하면 교단 교역자의 특전이 부여되는 곳이다.
이곳 생활은 새벽 5시에 당번이 종을 33번 치면 기상하여 정신수양을 하고 아침 식사 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전에 공부를 하게 되고 오후에는 육신노동으로 각자 맡은 업무로 노동을 하고, 저녁 먹고는 새끼도 꼬고 때론 공부도 하고는 10시에 28번의 종을 치고는 소등하고 모두 취침을 한다.
저녁을 먹고 선임이 볏단에 물을 추기고 한 사람이 볏단을 잡고 한 사람이 갈퀴로 벗단의 검불을 빗질해서 물을 축여 놓은 것을 각자 한아름씩 가져다 공부방에 각자 책상 앞에 놓고 그때부터 빙 둘러앉아 사내끼(새끼) 꼬는 작업이 시작된다
삼포를 운영하면서 이엉을 덮고 바람에 날리지 않게 새끼를 눌러주므로 새끼가 많이 필요하다
방장이 말하기를 "오늘은 대학 중용을 다 외울 때 까지 새기를 꼰다 " 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논어를 3회 반복 외울 때까지 새끼를 꼰다" 하고 새끼를 꼬면서 글을 외우는데 어떤 이는 그냥 줄줄 외우고, 어떤 이는 옆에다 책을 넘기면서 외우고 하던 시절이지만 몇 년 이를 반복하니 사서(四書)가 그냥 외워지는 것이다.
한문 선생인 강산(剛山)선생께서 말씀하셨다
"한문공부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하시면서 한문에 물리를 얻기로 하면 불경보다 유가의 논어(論語)가 가장 좋은 경전이다"라고 하셨다. 논어는 공자님의 언행록을 말한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선비가 하루만 책을 읽지 않아도 목에 까시가 돋는다."라고 하시면서 단체로는 저녁 먹고 공부방에서 밤늦도록 새끼 꼬고, 마치면 방청소를 하고 그 자리에서 잠자면서 열심히 공부하였다.
공부방에서 각자 벽을 보고 마주 앉은 각자의 책상에서 한문공부하다가 초보자는 교단에서 특별히 천자문 같이 만든 철자집(綴字集)을 익히는데 한문선생인 강산(剛山) 선생께서 창호지를 사다가 직접 붓으로 적어 책자를 만들어 개개인에게 지급하였는데 철자집(綴字集)의 구성은 11장으로, 권학론·수양권면론·연구권면론·취사론·평교론·현세론·제가론·유벽론·수련론·회론·개론이다. 맑고 곧은 가르침이 불교에서 초보자에게 가르치는 초발심자경문과 유사한데 한자를 익히는데 중요한 교과서이다.
초보자가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옥편 찾아볼 것 없이 "무슨 변에 무슨 글자는 뭡니까?" 하면 여러 사람 중에 한 사람 정도는 정확한 글자를 아는 이가 "무슨 잡니다"라고 대답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한자를 조합해서 글자도 많이 만들어 장난치면서 웃으며 배운 것은 평생 잊히질 않는다.
"나무 목(木) 자 두 글자 사이에 새 조(鳥) 자는 무슨 자게?" 하면 한쪽에서는 "뽀시락 뽀(木鳥木) 자입니다"라고 하고,
쌀 미(米) 자가 다를 리(異) 자로 변한 것이 똥 분(糞) 자인데 똥이 마늘 모(厶) 자로 나오는 것은 무슨 자게?" 하면 " 변비 변(糞+厶)) 자입니다"
"쌀 미(米) 자가 다를 리(異)로 변하면 똥 분(糞) 자인데 고구마 섞인 밥을 먹고 아래로 빠르게 뚫을 곤(丨) 자로 쏟으면 무슨 자게?"라고 하면 한쪽에선 "설사 설(糞+丨) 자입니다.
"소변(小便) 대변(大便) 꺼꾸러 떨어지는 것은 무슨 자게?" 라고 하면 "그것은 한자 아니니 모릅니다"라고 하면 질문한 이 가 "똥 누면 통하며 떨어지고 오줌 누면 씨 하니 통시(便所 변소)입니다."라며 우기면서 웃던 추억이 새롭다.
어떤 이는" 뼈 골(骨) 변에 없을 무(無) 자 아래 설 립(立) 자는 무슨 자게? " 하면, 이 또한 처음 듣는 글자라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뼈(骨)가 없는(無)데 서(立)는 것은 사내 남(男) 자, 뿌리 근(根) 자인 남근(男根)입니다." 하여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였다
그때가 일은 고되지만 웃으며 서로 함께 한문공부 한 것이 내 평생 가장 재미있었던 시절이었고 그때 익힌 한자는 두고두고 잊히지 않고 이러한 것이 가끔 생각나서 남모르게 빙그레 웃음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