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부터 얼마 전까지 지방 출장이 잦았다.
너무 빨리 변하는 도시의 풍경보다 시골의 한적하고 정겨운 풍경들이
주는 사색은 출장길의 또다른 선물이 되곤 했다,
여름의 끄트머리에서부터 이른 추위에 떨던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내게 주는 사색의 시간들은 옛 기억들로 훌쩍 나를 데려다 주곤 해서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도시에 도착했다,
어린 시절 자랐던 도시였기에 그닥 낯설지는 않았지만,
지하철도 생기고, 도심의 거리들이 많이 정비돼 시내 버스를 타고
달리며 눈에 들어오는 거리는 낯설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정류장마다 안내해 주는 이름들이 예전의 거리 이름이 많아 오랜 세월 떠나
있었다는 생각이 덜어지는듯 했다,
내 몸을 실은 그 도시의 시내버스가 4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돌았다.
몸이 한차례 기우뚱하다 제자리를 잡았다,
내 시선을 붙드는 풍경 하나.
제법 넓은 도로의 건너편에 아저씨 한 분이 비누방울 불고 있었다.
제법 긴 대롱 끝에 매달려 뿜어져 나오는 비누방울들은 방울방울 공중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그 비누방울을 잡으려고 깡총깡총 뛰고 있는 어린아이 두명.
오누이처럼 보이는 아이들. 여자아이는 머리를 두갈래로 땋아 내렸고
오라비처럼 보이는 사내아이는 여동생보단 성큼성큼 뛰어올랐지만
여전히 비누방울은 잡지 못하고 땅에 내려서곤 했다.
아이들은 폴싹거리면서 뭐라고 뭐라고 떠들어대는듯 했다.
아저씬 아이들의 아빠겠지? 아님 삼촌?
그는 비누방울을 잘도 불어댔다.
그가 한번 대롱을 불면 비누방울들이 수십개씩 퍼져나왔다,
마침 시내버스가 그들과 나란히 하고 잠시 멈췄다,
차가 밀린게다.
나는 그의 손에 들린 대롱에 눈길을 주었다.
대롱도 길었지만 그 대롱 끝에, 비누방울이 품어져 나오는 동그란 구명은
제법 넓었다. 저렇게 길고 큰 대롱으로 불어대니 그리 많은 비누방울들이 쏟아져 나오겠지.
문득 나도 저렇게 비누방울을 불어대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문방구에서 작은 비누방울 통을 사서 어린 딸들과 함께 후후 불어 비누방울을
만들어 내고 깔깔깔 웃었지.
아주 작은 비누방울들이 공중으로 올라가면 아이들이 그것을 따라 달음박치기도 했고,
나는 아이들의 성화에 비누방울을 불어대느라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기도 했다.
저렇게 크고 멋진 대롱이 있었다면....나도 그리 불어댔을텐데....
그런데 건너편 아저씬 자세 하나 흐트리지 않고 비누방울을 불었다.
아이들이 깡총깡총 비누방울을 잡으려 애쓰면
잠시 무릎을 굽혀서라도 아이들 눈높이에서 비누방울을 한번쯤 불어봄직도 한데
그는 내내 무뚝하게 서서 하늘을 보고 후후 비누방울을 풀어내고 있었다.
의도된 자센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들이 폴짝거리며 안타까워하는 그 모습조차 신기한듯 바라보았다,
마치 어린 시절 내 꿈을 쫒듯이......
이내 차는 그 자리를 떴고, 나는 고개를 길게 빼어 한참동안 뒤를 돌아보았다,
사라져버린 내 유년의 꿈을 그리워하듯.
내 어린 딸들의 유년에 머무르듯.
그리움 하나 커다랗게 안고 나는 눈 앞에 비누방울을 하나 커다랗게 만들었다,
금세 터져버릴 비누방울이 아닌 내 질긴 그리움의 막을 부풀려.
낯선 거리에서 만나는 익숙한 풍경들이 나를 즐겁게 해준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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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비에 작성시간 10.11.08 낯선거리 ~~~걸어보고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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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글빛고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11.09 갑자기 추워지긴 했지만...그래도 거리엔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뒹굴어 아름답더라구요. 낯선 거리에도 찬바람에 뒹구는 나뭇잎들이 향연을 펼치겠죠. 오늘 하루도 평안히 잘 마무리 하셔요. 비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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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꺼벙이 왕초 작성시간 10.11.08 저도 그랬던 추억이 있는데,
풀밭에서 누나와 함께 비누방울도 불고 노래도 불렀던 유년의 추억이 문득 생각나네요 -
작성자글빛고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11.09 그래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일이었어요. 비누방울도...풀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던 일두요....문득 달려간 유년의 자락에서의 추억은 기쁨을 주기도 하지요. 추운날 몸 건강히 지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