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00화단에 저녁무렵이면 와서
날마다 물을 주고 가는 여인이 있다
물을 줄 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화초와 대화를 하듯 중얼거리면서
마음으로는 화초 하나하나를 쓰다듬으면서
정성을 다해 물을 주고 간다
꽃이 행복하기를 바란다기보다는
그 여인이 그러면서 행복에 젖는 것 같다
학교 교사인 그녀는
듣기로는 남편이 심한 의처증에 주사까지 있어서
삶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한다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돌아오는 건 욕뿐,
그래서 삶은 하루하루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꽃은 정성에 맞게 반응을 한다
물을 주면 싱그럽게 자라나고
꽃거름을 주면 아름답게 몽우리를 피워내니
화단에 물을 주는 게 아니라 메마를 자기 가슴에
사랑의 물은 주는 것 같다
나 또한 그 무엇엔가 정성을 기울일 때는
그 대상보다 나 자신에게 사랑을 쏟는 것임을
불현듯 깨닫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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