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매미 / 송영숙
전생에 나는 백제금동대향로의 다섯 악사 중 배소를 불던 주악상이었다
어쩌다 속 깊던 한 사내를 몰래 가슴에 두었다가 그를 위해 연주한 것이
발각되어 ?기듯 나와 지금 여기 허름한 나무의자에 기대있는 것이다
그러다 단 한 번도 나팔을 불어본 적 없는 나팔꽃
하늘 한 번 올려다 본 적 없는 엔젤트럼펫처럼
꿈인 듯 생시인 듯
슬퍼도 소리내어 울 수 없게 된 벙어리매미
사랑에 눈멀었던 악사들이 인연의 줄을 끊고
소리를 허락받는 날이면
사람들은 지상에서 가장 슬픈 교향악을 듣게 될 것이다
당신은 모른다 내가 밤낮 잘도 웃지만 돌아서서 한 번씩 크게
울기도 한다는 것을, 울면서 새끼손가락으로 양쪽 귀를 피가
나게 파보기도 한다는 것을
- 송영숙 시집 < 벙어리매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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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