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섭 / 엄원태
하루에 오천번 절하는사람 있다. 전도섭(46)은 길 위의
참회자이자 김밥 장수. 밀리는 차들은 물론 쌩쌩 달리는
차들에까지, 그는 안타깝게도 여지없이 구십도 꺾은
공손하기 짝이 없는 허리절을 한다. 하루에 칠천번 절한
적도 있다. 하루 오십개 파는 김밥은, 그의 절 공덕에
비하면 덤 같은 보시!
그의 집은 컨테이너 한칸. 따뜻하지만 연탄보일러 때문
만은 아니다. 김밥 잘 마는 아내 김선미(39)와 파스 잘
붙이는 아들 민주(14), 재롱둥이 딸 (민영(2)과 단란하게
산다. 비록 하루 세 시간 수면, 장좌불와(長坐不臥)에
가까운 수행자의 길에 그의 생활이 바쳐진 셈이지만.
지은 죄업에 비하면, 오천배 절 보속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도섭씨, 민주와 민영의 나이차 십이년. 모르긴 해도 그
짧지 않은 터울에 도섭씨의 죄업(?), 그 단초가 숨어있을
듯 하다. 어쨌거나, 그는 요즈음 도익철(25)이라는
'절하는 김밥장수'계의 도반이자 제자까지 두었다 한다.
폭설 몰아치는 바람 센 새벽 네시, 전라도 어딘가의
산업도로변 눈보라로 하얗게 지워진 여명 풍경 속, 전봇대
들뿐인 텅 빈 들녘에 한점 가뭇한 윤곽으로 서서, 그는
이따금 승냥이처럼 외롭게 질주하며 오가는 화물차에
지극정성, 절을 한다.
- 엄원태 시집 < 물방울 무덤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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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