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암(看月庵) / 박정수
하루에 두 번 열리는 절이 있다
하루에 두 번 참선에 드는 풍경소리가 있고
하루에 두 번 욕망과 참회가 번갈아 물의 때를 맞추는 절이 있다
법당을 빠져나온 미륵일까
남루한 옷에 갇혀 하루에 두 번 좌판을 펴는 노인이 있다
그 노인 물길에 앉아
먹어보지 않은 단맛을 부풀리고는 바다처럼 말이 없다
하루에 두 번 속세를 여닫으며 서해를 만드는 노인
간월암에 왔다
이곳에서 뭍으로 나가려면
하루에 두 번 참선에 드는 풍경소리와
하루에 두 번 법당을 기웃거리는 어리굴젓의 비린맛과
하루에 두 번 법열과 참회가 물의 때를 여닫는
몇 걸음의 서해를 건너야 한다
그리고 나는 저녁 햇살을 부려놓고서 법당을 빠져나가는 염불처럼
일몰의 곁길로 서둘러 빠져나와야 한다
- 박정수 시집 < 봄의 절반 > 2010
간월도는 서산시 부석면을 중심으로 홍성군 서부면과
태안군 남면 사이를 잇는 서산방조제 간척사업 제방공사가
완료되면서 육지로 바뀐 곳으로, 간월도 끝자락 바위섬에서
고려말 무학대사가 수행중에 바다에 비친 환한 달빛을 보고
득도하여 간월도라고 불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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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